공지사항
자주 하는 질문
치과마취는 전신마취와 국소마취로 분류됩니다.
이중, 주로 주사약이 사용되는 국소마취와 국소마취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국소마취
신경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는 바로 뉴런(neuron)입니다. 물론 뉴런도 더 쪼개면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겠지만, 신경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는 역시 뉴런입니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천 억 개 이상의 뉴런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뉴런을 쉽게 이해하려면 전기가 흐르는 전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뇌에서 손가락 끝과 발가락 끝까지 전선으로 연결되어있는 것이죠. 뇌에서 손가락을 구부리려면 전선을 통해 손가락 끝을 구부리라는 명령을 내려보내서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것을 ‘운동뉴런’ 이라 부릅니다.
또 다른 신경으로는 감각신경이라고도 불리는 전선도 있는데 운동신경과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뇌에서 각 조직으로 운동하라는 신호를 전달하는 운동신경과는 반대로, 각 조직의 감각을 뇌로 보내는 것이 감각신경입니다. 인체의 모든 조직에 연결된 감각신경이라는 전선을 타고, 모이고 연결되어 뇌까지 감각이 전달됩니다. 이러한 감각신경의 전선을 타고 통증 감각이 전달될 수도 있고, 간지러운 감각이 전달되기도 합니다. 손가락 끝을 종이에 베여서 상처가 생겼다면, 통증이 손가락 끝에 있는 전선을 통해 뇌까지 전달되고, 뇌에서 통증을 인지하게 됩니다.
주사된 해당 부위의 감각신경을 일시적으로 차단해서, 뇌로 통증 감각이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약물이 바로 국소마취제입니다.
뇌와 척추 신경에 있는 매우 중요할 것 같은 뉴런의 집합체를 ‘중추신경계(Central nerve system)’라고 부르고, 손가락 끝, 발가락 끝, 치아 하나하나까지 들어와 있는 뉴런들은 말초신경계(Peripheral nerve system)라고 부릅니다. 고속도로가 중추신경계라면 IC에서 나와서 목표로 하는 작은 마을까지 구불구불 연결되는 국도나 지방도로는 말초신경계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전신마취와 수면마취가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는 마취방법이었다면, 국소마취는 말초신경계에 작용하는 마취방법으로 두 마취는 기과 원리 자체가 다릅니다.
전신마취나 수면마취는 뇌를 강제로 잠재워서 수술부위에서 감각뉴런을 타고 올라오는 통증을 뇌가 모르게 하는 것이라면, 국소마취는 해당 통증부위의 감각뉴런을 일정 시간 차단하여 통증이 뇌로 올라가지도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뇌를 강제로 재우는 것과 전혀 다른 거죠.
많은 환자분들이 전신’마취’와 국소’마취’가 같은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전신마취의 부작용이 국소마취에서도 발생할 것으로 걱정하지만 국소마취를 아무리 많이 한다고 해도 기억력감퇴나, 인지장애 등의 현상이 나타날 수가 없습니다.
치과용 국소마취제의 종류와 작용 기전
<치과용 국소마취제와 그 주사기>
가끔 전쟁영화를 보다 보면, 적의 포로를 심문하기 위해 손톱을 뽑거나, 생니를 뽑는 잔인한 고문 장면들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국소마취가 없이 치아를 뽑는 행동은 의료행위가 아닌 고문행위에 가깝습니다. 국소마취제가 개발되었기 때문에 치과의사가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이라 불려질 수 있는 것이지 만약, 국소마취제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군대에서 근무하는 고문기술자를 의미하는 말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국소마취제란 흡입하거나 정맥제 주사되는 전신마취제와는 다르게 국소마취제는 어떤 조직에 주사되었을 때, 별다른 부작용이나 자극 없이 해당 조직에 분포하는 신경에 흡수되어 일시적으로 신경전달과정을 차단하는 약물을 말합니다.
전신마취제가 아니라, 부분적으로 해당 부위에 마취하는 국소마취제로 가장 처음 사용된 것은 마약의 일종인, 코카인(Cocaine)이었습니다. 1890년대부터 코카인을 사용해서 부분적 국소마취를 하고 치아를 발치했다는 기록이 여러 번 나타납니다.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에스텔 타입의 마취제가 개발되었고, 1943년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아미드 타입의 마취제가 개발되어 현재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치과용 국소마취제의 개발과정을 보면 1900년대에 에스텔 타입의 마취제가 개발되고 1940년대에 들어 아미드 타입의 마취제가 개발되었습니다. 아미드 타입의 마취제가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소마취제입니다. 리도카인(lidocaine), 메피바카인(mepivacaine), 부피바카인(bupivacaine), 프릴로카인(prilocaine) 등 의사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국소마취제입니다. 그중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제는 바로 ‘리도카인’입니다.
모든 약은 장점과 단점을 잘 알아야 합니다. 국소마취제 역시 성분별로 장점과 단점이 있으며, 알러지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치과의사 뿐만 아니라 환자도 마취제 성분별 부작용과 알러지에 대한 대책을 알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1) 리도카인(lidocaine)
아미드 타입의 가장 기본형 마취제이자, 치과용 국소마취제의 표준이라고 불리는 마취제입니다. 치과에 가서 리도카인 알러지가 있다고 환자가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 한, 모든 치과에서 마취는 바로 이 리도카인을 사용합니다.
리도카인이 주사로 조직에 들어오면, 거의 즉시 감각신경의 통증 전달을 차단하게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내 몸속의 혈액과 혈장 등 순환에 관계된 세포들이 국소마취제를 간으로 조금씩 조금씩 보내서 대사(해독)과정을 거치게 합니다. 이렇게 간으로 가서 대사되고 분해되는 약물은 간독성(liver toxicity)이 있다고 부르며, 리도카인은 대표적인 간독성을 가진 약물입니다.
따라서 간기능이 정상적이지 않은 환자들, 특히 간경화, 간을 이식받은 환자, 만성간염 등의 간이 안 좋은 환자의 경우 리도카인의 사용량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합니다. 통상적으로 우리가 치과에서 사용하는 리도카인 마취제 1개를 1앰플이라고 부르는데, 간기능이 저하되어있는 경우 한 번에 3~4 앰플 이상의 사용을 하는 것은 간에 매우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가끔 환자분의 전신질환에 따라서 진료를 나눠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리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러한 간독성이나 신장독성 등, 약물이 가지고 있는 부작용 때문입니다.
<리도카인: 치과용 국소마취제의 표준, 가장 기본 마취제입니다.>
또한 리도카인은 주사되면 해당 부위의 미세한 혈관을 확장시키는 효과도 가지고 있습니다. 미세한 혈관이 한꺼번에 확장되면, 해당 부위 혈관에 피가 많이 흐르고, 국소마취의 효과가 감소하고 빨리 약제가 사라져버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혈관을 확장시키는 리도카인은 혈관을 수축시키는 약제인 에피네프린(epinephrine)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혈관수축제인 에피네프린을 또 너무 많이 사용하면 고혈압 환자에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혈압환자에 있어서 역시 한 번에 너무 많은 국소마취 앰플을 한 번에 사용하는 것은 혈압적인 측면에서 무리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전 세계 치과에서 가장 기본으로 사용하는 리도카인은 매우 안전하고 좋은 치과마취제이지만, 간독성이 있어서 간이 안 좋은 환자에게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사용하는 것은 안되며, 혈관수축제와 함께 사용되기 때문에 심한 고혈압환자에게도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사용하면 안됩니다. 또한 리도카인은 소수의 환자에 있어서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치과에서는 항상 plan B를 생각해두고 있어야 합니다.
2) 메피바카인(mepivacaine)
리도카인과 거의 유사한 효능과 독성을 가진 국소마취제인 메피바카인은 리도카인에 비해 혈관확장작용이 매우 적습니다. 따라서 메피바카인은 혈관수축제인 에피네프린이 없는 상태에서도 리도카인 정도의 마취효과를 얻을 수 있기에 에피네프린이 함유되어있는 리도카인을 사용하기 불편한 심한 고혈압환자나 임산부 등의 진료를 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plan B 국소마취제입니다. 왜 plan B 국소마취제냐면, 어쨌든 에피네프린과 함께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마취 지속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입니다. 리도카인에 비해서 혈관확장효과가 없기에 메피바카인을 사용하는 것뿐이지, 정상적인 상태라면 에피네프린을 함께 사용해야 마취지속시간이 길어져서 치과진료를 원활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메피바카인은 혈관수축제가 불필요해서 심한 고혈압 환자에게 사용합니다. >
3) 아티카인(articaine)
리도카인은 전신독성이 매우 낮고, 최소의 알러지 반응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리도카인에 대한 알러지를 가진 사람이 절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15년동안 치과병원을 운영하면서 매년 5명 정도의 리도카인 알러지가 있는 환자분을 경험적으로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미드 타입의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 알러지가 있는 경우, 가장 추천되는 대체 국소마취제는 에스텔 타입의 국소마취제입니다. 물론 문헌적으로 대표적인 에스텔 타입의 국소마취제는 프로카인(procaine)입니다만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프로카인으로 만든 치과용 국소마취제를 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미드 타입의 국소마취제에 속하지만, 분자 구조 속에 에스텔 타입의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마치 에스텔 타입의 국소마취제 처럼 작용하는 아티카인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추천됩니다. 아직까지 리도카인에 알러지가 있다고 해서, 아티카인에도 알러지가 있는 교차반응이 보고된 바는 없기 때문입니다. ( Mansi Dey 등, Int J Surg Case Rep. 2020; 77: 941–943.)
<리도카인 알러지가 있는 환자에게는 아티카인을 사용합니다.>
아티카인은 리도카인보다 훨씬 강력한 마취효과를 가지고 있고, 단단한 뼈의 내부로 더 잘 침투해서 마취가 더 잘됩니다. 게다가 리도카인 알러지가 있는 환자라고 해도 아티카인에는 알러지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유럽 등지에서 리도카인만큼 많이 사용하는 국소마취제로 점유율이 급속도록 높아지며, 각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도카인보다 훨씬 강력하기에 신경에 직접 닿으면 손상될 수 있는, 화학적 손상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진료 후 불편감이 오래갈 수 있어서 아직까지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에게는 역시 리도카인의 알러지가 있는 경우 사용하는 어쩔 수 없는 plan B 약물로 여겨집니다.
치과용 국소마취제의 마무리하자면, 치과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소마취제는 리도카인입니다. 리도카인은 혈관확장효과가 있어서 에피네프린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심한 고혈압환자나 임산부 등에 있어서 에피네프린의 사용이 안 좋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 메피바카인이라는 약물을 사용합니다. 또한 리도카인에 알러지가 있는 경우에는 아티카인이라는 약물을 사용하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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