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재능과 노력
공부의 머리
수험에 성공하기 위해서 재능(타고난 머리)이 영향을 많이 미칠까?
노력이 영향을 많이 미칠까?
물론 두 가지가 다 영향을 미치겠지만 필자는 둘 중 하나의 우위를 고르자면 현실적으로는 재능이 노력보다 더 유리 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사법, 행정고시, 공무원시험 등 다른 계열 합격자들과 이야기해 봐도 공부머리는 영향이 크다.
즉, 다른 조건은 모르지만, 단순히 머리가 뛰어난 사람이 있고, 노력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전자가 합격 확률이 더 높다는 이야기다.
또, 공부 머리는 후천적이어서 누구나 노력하면 그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어떤 동기부여 책에서는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필자는 시험에서는 현실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 지능에서 계발된 것보다는 각자 타고나거나 매우 어릴적 이미 결정된 머리의 비중이 더 크며 단순 노력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또, 공부 머리가 앞으로도 계발될 여지가 있지만, 성인이 된 이제는 더 이상 따라잡을 수 없는 각자 공부 능력치의 한계점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공부의 머리’란 집중력, 암기력, 이해력, 사고력, 공부 내용의 출입 속도 등 여러 가지가 포함될 수 있는 것인데 단순히 겉보기로는 그 사람의 공부 머리를 알 수가 없다. 같이 공부한다고 해도 똑같이 공부한 내용에 대해 계속 함께 이야기해봐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또,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동일한 것을 비슷한 레벨의 여러 명에게 가르쳐 봐야 어느 정도 그들을 비교하기가 가능하다.
필자는 수험 생활 중 스터디를 통해, 그리고 시험에 성공한 치전원생들 70명 사이에서 밀착해 4년간 함께 공부하는 과정을 통해, 또한 따로 수험생들 공부를 지도하며 많은 유형의 사람들을 같은 주제를 두고 겪어왔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비교적 머리와 노력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기회가 많았다고 본다. 그런데 머리의 차이는 확연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공부 머리가 좋으면서 약간의 노력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머리가 평균 이하이며 단순히 몇 배 노력하는 사람이 그를 이기기는 어렵다. 더구나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마냥 몇 배 더 노력할 수 있는 것만도 아니다. 안타깝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필자의 공부 머리
필자의 고등학교 시절, 난 스스로 머리가 무척 좋은 줄 알았다. 고3 수험생이 되어서 공부를 하니 성적이 점차 올랐고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성적이 상위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완벽한 ‘우물안 개구리’의 생각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던 하위권이니 올라갈 여력이 있었던 것이고 비교적 평범한 수준의 학교였기 때문이었다. 곧 나와 비슷한 수능 성적의 사람들이 모인 서울권 대학에 들어가자 확실히 체감될 만큼 나보다 뛰어난 동료들이 곧잘 눈에 띄었다.
그 후 사회 생활을 해보고, 치전원 준비를 하며 학생 시절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분명 내게도 남들보다 뛰어난 점이 있었지만, 최상위권 공부 머리하고는 차이가 꽤 있었다. 남들보다 암기력, 이해력, 집중력 모두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공부를 어느 정도 이상 잘하기는 어려운 것이 내가 타고난 한계라는 점을 철저히 깨달았다. 특히 치전원에 다닐 때 보니 아무리 전달력 없는 교수가 가르치더라도 잘 이해하는 학생들이 있더라. 나는 어떻게든 그 수업에 집중해보려 노력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사전 지식을 많이 가진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 중에는 인문계열 출신들도 있었다. 단순히 수업 집중력과 이해력 차이였다. 더구나 단기 시험에서 드러나는 암기력은 더욱 나를 무참하게 만들었다. 나는 열 번을 봐도 잘 외워 지지 않는데 책 한 페이지를 한두 번 훑어보고는 완전히 외워버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야말로 토끼와 거북이의 게임이랄까. 그래서 그를 깨닫고 난 다음부터는 머리 차이를 상쇄하기 위해 방법적인 면을 끊임없이 계발하고 수정해왔던 것이다. 홍수가 자주 일어나는 곳에서 제방 시설이 발달하는 법이다.
그처럼 암기력과 집중력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 효율적인 방법들을 더 잘 고안해 낼 수 있다. 그리고 결국, 가장 중요한 장기 시험에서 내 방법과 노력이 대부분의‘공부 머리’ 들을 이겼다.
시간이라는 변수, 방법이라는 변수 제한된 시간을 주고 강의를 듣거나 혼자 책을 보고 공부하고는 그 즉시 시험을 본다면 필자는 의사 10명 중에 몇 등을 할까? 내 생각에는 뒤에서 2~3등 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머지 한 명은 공부 의지가 전혀 없는 분. 말했듯이 나의 단순 집중력, 암기력, 이해력이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같은 학습을 하고 3개월이 지난 뒤에 누가 내용을 더 잘 기억하고 있을지 테스트한다면 필자는 10명 중에 앞에서 1~2등 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 사이 시간이라는 변수가 생기면 학습을 완전하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전략을 쓸 수 있으며 기억은 적당한 반복을 해주면 장기적으로 남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 시험처럼 학습 분량이 많다면 그것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정리해 기억에 남길지는 공부 머 리나 무조건적인 노력보다는‘방법’에 많이 좌우되게 마련이다.
물론, 단순히 처음 공부 방법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 공부 방법도 좋은 쪽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다 좋은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머리의 이점으로 성과를 내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방법인데도 그 방법이 좋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자기 수정’이 잘 되지 않는 것.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보통 다른 방법은 사용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머리가 뛰어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는 더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아보고 고안할 수도 있다.
그래서 겨루어 볼 만한 것이다. 또한, 그런 방법적인 시행착오까지 포함한다면 일반적인 노력의 우위 보다 한 단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즉, 확연한 공부 머리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약간 더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2배, 3배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기 바란다. 결국, 자신의 공부 머리가 그 시험 합격한 사람들에 비해 부족하다 여긴다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더 좋은 방법을 통해서 하면 된다.
뛰어난 사람들은 소수이며 대개 노력이 적다
노력과 방법으로 안 되는 것도 있다. 특히, 공부 머리가 아주 뛰어난 사람이 적당한 노력까지 한다면 그를 따라잡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괜한 승부욕을 가지지 않는 것이 좋다. 수험생에게 중요한 것은 합격이지 전국 1등이 아니다. 월등한 그들을 빼고서라도 노력하는 사람의 합격 자리는 충분히 있다.
합격 후 주위를 보면 실제로 그렇다. 또한, 다행인 것 한 가지는 공부 머리가 아주 뛰어난 사람들은 공부를 열심히 잘 안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는 경우도 많이 본다. 그 함정은 자만에서 나온다. 시대가 흐를수록 재미있는 유혹들이 훨씬 더 많아지는데 공부 머리에 우월감을 가진 사람 들은 그중 한 두 가지 정도는 공부와 함께 해도 될 것 같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 재밌는 것들을 하다 보면 당연히 공부가 재미없다.
결국, 공부에 최소한의 노력마저도 안하는 경우가 생겨 불합격한다. 다시 한번 ‘토끼와 거북이’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래서 자신의 머리가 평균보다 뛰어나다면 처음 그‘자만심’부터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면 더 철저히 유혹들에 정색하고 공부에만 정진하는 편이 좋다. 다소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만큼 공부 머리가 자신보다 더 좋아서 그런다고 여기면 된다.
머리가 점차 좋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근육이 없던 사람도 운동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근육이 발달하는 것처럼, 머리를 쓰면 공부 머리가 좋아진다. 어느 정도까지는. 우리 몸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시험 공부를 하는 것은 극도로 빈번하게 뇌를 쓰는 일이고 두뇌는 쓸수록 좋아진다. 필자 역시 수험 준비 전과 수험 준비 후인 지금을 비교하면 지능이 많이 좋아졌다고 여겨진다. 암기력, 집중력, 이해력 뿐만 아니라 판단력과 세상을 보는 눈, 추론 능력, 자각 능력 또한 좋아졌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수동적인 공부만 해서는 안 된다. 생각하며 능동적인 공부를 해야 한다. 왜 답인지 논리를 따져 보고 호기심을 증폭시켜 내용을 정확하고 다양하게 알아야 한다. 또한 공부 전략들을 짜서 적중시켜도 보고 실패도 해보고, 수험 결과에 좌절해 보고는 방법들을 수정해 한층 향상된 노력도 해봐야 한다.
당연히 한 번에 드라마틱하게 머리가 좋아질 수는 없으며 시간이 걸린다. 또, 아무리 노력해도 특정 항목에서는 선천적으로 뛰어난 사람처럼 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이다. 더 스마트해지고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더 좋은 방법을 하나하나 찾아간다. 어제보다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 조금이라도 더 내 머리와 내 지식이 상향한다고 생각하고 그를 확인 하게 될 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재능에 대한 착각
이 단원에서 머리와 재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재밌는 사실은 의외로 자신의 머리 수준에 대해 잘 모르거나 착각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옆에서 공부하는 것을 보고 이야기해 보면 분명 평균보다 훨씬 공부 머리가 좋음에도 자신은 머리가 좋지 않다고 한다. 처음에는 겸손이겠지 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믿고 노력을 더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것을 필자는‘플러스되는 착각’이라고 부른다. 이런 사람들은 공부 머리에 노력까지 하게 되기 때문에 확실히 성취를 많이 한다. 반대로 필자의 고등학교 시절에 했던 착각은‘마이너스 되는 착각’이다.
실제로 내가 경쟁할 사람들보다 머리가 좋지 않은데 나는 재능이 뛰어나다고 착각하고 있었으니 대단히 큰 문제였다. 매일 공부에 소홀하면서‘남들보다 머리가 좋으니 금방 따라가겠지’라며 마이너스 되는 착 각을 하게 된다면 좋은 결과와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될 것이다. 마이너스 되는 착각을 하는 이유는 월등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지 못해서 그렇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은 살면서 더 넓은 곳에서 뛰어난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는 경험들이 필요하다. 마이너스 되는 착각의 또 다른 이유로, 현재 결과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함인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이번 점수가 좋지 않지만 나는 머리가 좋은 편이니까 따라갈 수 있어, 괜찮아.’이런 경우인데 자신감을 만들기 위한 것 이니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보다는‘나는 머리가 나쁘진 않은 편이고 꾸준히 노력은 더 할 수 있으니까 따라갈 수 있어.’정 도가 더 낫다.
자신의 머리가 좋다는 암시가 머릿속에 자리 잡으면 나중에 결과가 좋아졌을 때는 노력을 더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노력과 열심에 대한 착각도 마찬가지다. 공부 시간이 턱없이 적으면서 ‘이 정도면 열심히 하고 있는 거겠지’하는 것은 마이너스 되는 착각이 될 수 있다.
그보다는 도움이 되는 쪽으로 착각을 잘 해야 한다. 남들보다도 훨씬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남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당연한 정도라고 착각하는 편이 좋다. 그것이 플러스되 는 착각이다. 물론, 과도하게 자신이 뒤처지고 있고 무능력하며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게 되면 자신감도 떨어지고 절대 `플러스되는 착각`으로 작용할 수 없겠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자신에 대해서는 적당히 겸손한 평가를 통해 지속적인 공부 원동력을 얻었으면 한다.
“사람들은 나의 삶을 보면서 머리가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다 노력의 결과다. 학생 시절 나는 여러 차례 내가 결코 남들보다 머리가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남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남만큼의 결과를 얻을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3)”
한때 대한민국에서 공부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였던 고시 3관왕 고승덕 변호사의 말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대표적인‘플러스되는 착각’ 의 예이다. 노력의 결과는 맞지만, 그가 이룬 성과들은 적당한 공부 머리 없이는 어려운 일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착각을 할 것이라면 마이너스되는 착각을 하지 말고 반드시 플러스되는 착각을 하도록 하자.
더 큰 가능성은 노력으로 성공한 자
인생은 이번 시험에 합격한다고 끝이 아니다. 장기 시험을 통해 진학 혹은 직업을 갖게 된 후 그 다음 관문들이 있고 인생에서 그 다음 성공들이 있다. 필자는 이런 그 다음 기회에 머리나 운이 좋은 사람들보다 노력해서 성취한 사람들이 더 큰 가능성을 가진다고 본다.‘ 머리’나 ‘운’의 경우 한 분야에 국한되거나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노력’으로 재능을 따라잡아 본 사람은 다른 것도 노력해서 이길 수 있다는 강력한 자신감이 생긴다. 그를 바탕으로 어떤 분야이든 정진해 성취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그 분야가 이번에는 자신의 재능과 잘 부합하기라도 한다면 완전히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다.
한편,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다른 부류보다도 겸손할 가능성이 더 크다. 겸손은 인간으로서 큰 강점이 된다. 또,‘ 재능’에 비해 ‘노력’은 비교적 실패와 시행착오를 많이 겪게 만드는데 이는 머리를 유연하게 하고 자기 수정에 적극적이게 한다. 이 역시 살아가는 동안 그 사람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 그러니 재능으로 합격하지 말고 반드시 노력으로 합격하도록 하자.
04 재능과 노력
공부의 머리
수험에 성공하기 위해서 재능(타고난 머리)이 영향을 많이 미칠까?
노력이 영향을 많이 미칠까?
물론 두 가지가 다 영향을 미치겠지만 필자는 둘 중 하나의 우위를 고르자면 현실적으로는 재능이 노력보다 더 유리 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사법, 행정고시, 공무원시험 등 다른 계열 합격자들과 이야기해 봐도 공부머리는 영향이 크다.
즉, 다른 조건은 모르지만, 단순히 머리가 뛰어난 사람이 있고, 노력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전자가 합격 확률이 더 높다는 이야기다.
또, 공부 머리는 후천적이어서 누구나 노력하면 그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어떤 동기부여 책에서는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필자는 시험에서는 현실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 지능에서 계발된 것보다는 각자 타고나거나 매우 어릴적 이미 결정된 머리의 비중이 더 크며 단순 노력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또, 공부 머리가 앞으로도 계발될 여지가 있지만, 성인이 된 이제는 더 이상 따라잡을 수 없는 각자 공부 능력치의 한계점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공부의 머리’란 집중력, 암기력, 이해력, 사고력, 공부 내용의 출입 속도 등 여러 가지가 포함될 수 있는 것인데 단순히 겉보기로는 그 사람의 공부 머리를 알 수가 없다. 같이 공부한다고 해도 똑같이 공부한 내용에 대해 계속 함께 이야기해봐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또,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동일한 것을 비슷한 레벨의 여러 명에게 가르쳐 봐야 어느 정도 그들을 비교하기가 가능하다.
필자는 수험 생활 중 스터디를 통해, 그리고 시험에 성공한 치전원생들 70명 사이에서 밀착해 4년간 함께 공부하는 과정을 통해, 또한 따로 수험생들 공부를 지도하며 많은 유형의 사람들을 같은 주제를 두고 겪어왔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비교적 머리와 노력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기회가 많았다고 본다. 그런데 머리의 차이는 확연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공부 머리가 좋으면서 약간의 노력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머리가 평균 이하이며 단순히 몇 배 노력하는 사람이 그를 이기기는 어렵다. 더구나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마냥 몇 배 더 노력할 수 있는 것만도 아니다. 안타깝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필자의 공부 머리
필자의 고등학교 시절, 난 스스로 머리가 무척 좋은 줄 알았다. 고3 수험생이 되어서 공부를 하니 성적이 점차 올랐고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성적이 상위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완벽한 ‘우물안 개구리’의 생각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던 하위권이니 올라갈 여력이 있었던 것이고 비교적 평범한 수준의 학교였기 때문이었다. 곧 나와 비슷한 수능 성적의 사람들이 모인 서울권 대학에 들어가자 확실히 체감될 만큼 나보다 뛰어난 동료들이 곧잘 눈에 띄었다.
그 후 사회 생활을 해보고, 치전원 준비를 하며 학생 시절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분명 내게도 남들보다 뛰어난 점이 있었지만, 최상위권 공부 머리하고는 차이가 꽤 있었다. 남들보다 암기력, 이해력, 집중력 모두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공부를 어느 정도 이상 잘하기는 어려운 것이 내가 타고난 한계라는 점을 철저히 깨달았다. 특히 치전원에 다닐 때 보니 아무리 전달력 없는 교수가 가르치더라도 잘 이해하는 학생들이 있더라. 나는 어떻게든 그 수업에 집중해보려 노력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사전 지식을 많이 가진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 중에는 인문계열 출신들도 있었다. 단순히 수업 집중력과 이해력 차이였다. 더구나 단기 시험에서 드러나는 암기력은 더욱 나를 무참하게 만들었다. 나는 열 번을 봐도 잘 외워 지지 않는데 책 한 페이지를 한두 번 훑어보고는 완전히 외워버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야말로 토끼와 거북이의 게임이랄까. 그래서 그를 깨닫고 난 다음부터는 머리 차이를 상쇄하기 위해 방법적인 면을 끊임없이 계발하고 수정해왔던 것이다. 홍수가 자주 일어나는 곳에서 제방 시설이 발달하는 법이다.
그처럼 암기력과 집중력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 효율적인 방법들을 더 잘 고안해 낼 수 있다. 그리고 결국, 가장 중요한 장기 시험에서 내 방법과 노력이 대부분의‘공부 머리’ 들을 이겼다.
시간이라는 변수, 방법이라는 변수 제한된 시간을 주고 강의를 듣거나 혼자 책을 보고 공부하고는 그 즉시 시험을 본다면 필자는 의사 10명 중에 몇 등을 할까? 내 생각에는 뒤에서 2~3등 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머지 한 명은 공부 의지가 전혀 없는 분. 말했듯이 나의 단순 집중력, 암기력, 이해력이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같은 학습을 하고 3개월이 지난 뒤에 누가 내용을 더 잘 기억하고 있을지 테스트한다면 필자는 10명 중에 앞에서 1~2등 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 사이 시간이라는 변수가 생기면 학습을 완전하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전략을 쓸 수 있으며 기억은 적당한 반복을 해주면 장기적으로 남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 시험처럼 학습 분량이 많다면 그것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정리해 기억에 남길지는 공부 머 리나 무조건적인 노력보다는‘방법’에 많이 좌우되게 마련이다.
물론, 단순히 처음 공부 방법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 공부 방법도 좋은 쪽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다 좋은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머리의 이점으로 성과를 내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방법인데도 그 방법이 좋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자기 수정’이 잘 되지 않는 것.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보통 다른 방법은 사용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머리가 뛰어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는 더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아보고 고안할 수도 있다.
그래서 겨루어 볼 만한 것이다. 또한, 그런 방법적인 시행착오까지 포함한다면 일반적인 노력의 우위 보다 한 단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즉, 확연한 공부 머리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약간 더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2배, 3배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기 바란다. 결국, 자신의 공부 머리가 그 시험 합격한 사람들에 비해 부족하다 여긴다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더 좋은 방법을 통해서 하면 된다.
뛰어난 사람들은 소수이며 대개 노력이 적다
노력과 방법으로 안 되는 것도 있다. 특히, 공부 머리가 아주 뛰어난 사람이 적당한 노력까지 한다면 그를 따라잡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괜한 승부욕을 가지지 않는 것이 좋다. 수험생에게 중요한 것은 합격이지 전국 1등이 아니다. 월등한 그들을 빼고서라도 노력하는 사람의 합격 자리는 충분히 있다.
합격 후 주위를 보면 실제로 그렇다. 또한, 다행인 것 한 가지는 공부 머리가 아주 뛰어난 사람들은 공부를 열심히 잘 안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는 경우도 많이 본다. 그 함정은 자만에서 나온다. 시대가 흐를수록 재미있는 유혹들이 훨씬 더 많아지는데 공부 머리에 우월감을 가진 사람 들은 그중 한 두 가지 정도는 공부와 함께 해도 될 것 같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 재밌는 것들을 하다 보면 당연히 공부가 재미없다.
결국, 공부에 최소한의 노력마저도 안하는 경우가 생겨 불합격한다. 다시 한번 ‘토끼와 거북이’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래서 자신의 머리가 평균보다 뛰어나다면 처음 그‘자만심’부터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면 더 철저히 유혹들에 정색하고 공부에만 정진하는 편이 좋다. 다소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만큼 공부 머리가 자신보다 더 좋아서 그런다고 여기면 된다.
머리가 점차 좋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근육이 없던 사람도 운동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근육이 발달하는 것처럼, 머리를 쓰면 공부 머리가 좋아진다. 어느 정도까지는. 우리 몸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시험 공부를 하는 것은 극도로 빈번하게 뇌를 쓰는 일이고 두뇌는 쓸수록 좋아진다. 필자 역시 수험 준비 전과 수험 준비 후인 지금을 비교하면 지능이 많이 좋아졌다고 여겨진다. 암기력, 집중력, 이해력 뿐만 아니라 판단력과 세상을 보는 눈, 추론 능력, 자각 능력 또한 좋아졌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수동적인 공부만 해서는 안 된다. 생각하며 능동적인 공부를 해야 한다. 왜 답인지 논리를 따져 보고 호기심을 증폭시켜 내용을 정확하고 다양하게 알아야 한다. 또한 공부 전략들을 짜서 적중시켜도 보고 실패도 해보고, 수험 결과에 좌절해 보고는 방법들을 수정해 한층 향상된 노력도 해봐야 한다.
당연히 한 번에 드라마틱하게 머리가 좋아질 수는 없으며 시간이 걸린다. 또, 아무리 노력해도 특정 항목에서는 선천적으로 뛰어난 사람처럼 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이다. 더 스마트해지고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더 좋은 방법을 하나하나 찾아간다. 어제보다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 조금이라도 더 내 머리와 내 지식이 상향한다고 생각하고 그를 확인 하게 될 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재능에 대한 착각
이 단원에서 머리와 재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재밌는 사실은 의외로 자신의 머리 수준에 대해 잘 모르거나 착각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옆에서 공부하는 것을 보고 이야기해 보면 분명 평균보다 훨씬 공부 머리가 좋음에도 자신은 머리가 좋지 않다고 한다. 처음에는 겸손이겠지 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믿고 노력을 더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것을 필자는‘플러스되는 착각’이라고 부른다. 이런 사람들은 공부 머리에 노력까지 하게 되기 때문에 확실히 성취를 많이 한다. 반대로 필자의 고등학교 시절에 했던 착각은‘마이너스 되는 착각’이다.
실제로 내가 경쟁할 사람들보다 머리가 좋지 않은데 나는 재능이 뛰어나다고 착각하고 있었으니 대단히 큰 문제였다. 매일 공부에 소홀하면서‘남들보다 머리가 좋으니 금방 따라가겠지’라며 마이너스 되는 착 각을 하게 된다면 좋은 결과와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될 것이다. 마이너스 되는 착각을 하는 이유는 월등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지 못해서 그렇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은 살면서 더 넓은 곳에서 뛰어난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는 경험들이 필요하다. 마이너스 되는 착각의 또 다른 이유로, 현재 결과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함인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이번 점수가 좋지 않지만 나는 머리가 좋은 편이니까 따라갈 수 있어, 괜찮아.’이런 경우인데 자신감을 만들기 위한 것 이니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보다는‘나는 머리가 나쁘진 않은 편이고 꾸준히 노력은 더 할 수 있으니까 따라갈 수 있어.’정 도가 더 낫다.
자신의 머리가 좋다는 암시가 머릿속에 자리 잡으면 나중에 결과가 좋아졌을 때는 노력을 더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노력과 열심에 대한 착각도 마찬가지다. 공부 시간이 턱없이 적으면서 ‘이 정도면 열심히 하고 있는 거겠지’하는 것은 마이너스 되는 착각이 될 수 있다.
그보다는 도움이 되는 쪽으로 착각을 잘 해야 한다. 남들보다도 훨씬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남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당연한 정도라고 착각하는 편이 좋다. 그것이 플러스되 는 착각이다. 물론, 과도하게 자신이 뒤처지고 있고 무능력하며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게 되면 자신감도 떨어지고 절대 `플러스되는 착각`으로 작용할 수 없겠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자신에 대해서는 적당히 겸손한 평가를 통해 지속적인 공부 원동력을 얻었으면 한다.
“사람들은 나의 삶을 보면서 머리가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다 노력의 결과다. 학생 시절 나는 여러 차례 내가 결코 남들보다 머리가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남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남만큼의 결과를 얻을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3)”
한때 대한민국에서 공부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였던 고시 3관왕 고승덕 변호사의 말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대표적인‘플러스되는 착각’ 의 예이다. 노력의 결과는 맞지만, 그가 이룬 성과들은 적당한 공부 머리 없이는 어려운 일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착각을 할 것이라면 마이너스되는 착각을 하지 말고 반드시 플러스되는 착각을 하도록 하자.
더 큰 가능성은 노력으로 성공한 자
인생은 이번 시험에 합격한다고 끝이 아니다. 장기 시험을 통해 진학 혹은 직업을 갖게 된 후 그 다음 관문들이 있고 인생에서 그 다음 성공들이 있다. 필자는 이런 그 다음 기회에 머리나 운이 좋은 사람들보다 노력해서 성취한 사람들이 더 큰 가능성을 가진다고 본다.‘ 머리’나 ‘운’의 경우 한 분야에 국한되거나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노력’으로 재능을 따라잡아 본 사람은 다른 것도 노력해서 이길 수 있다는 강력한 자신감이 생긴다. 그를 바탕으로 어떤 분야이든 정진해 성취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그 분야가 이번에는 자신의 재능과 잘 부합하기라도 한다면 완전히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다.
한편,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다른 부류보다도 겸손할 가능성이 더 크다. 겸손은 인간으로서 큰 강점이 된다. 또,‘ 재능’에 비해 ‘노력’은 비교적 실패와 시행착오를 많이 겪게 만드는데 이는 머리를 유연하게 하고 자기 수정에 적극적이게 한다. 이 역시 살아가는 동안 그 사람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 그러니 재능으로 합격하지 말고 반드시 노력으로 합격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