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가발을 쓰게 만든. 이원장

이정은 원장
2023-09-16
조회수 3428





“원장님, 이 환자분은 대구에서 오신 60세 남성분으로 전체 치아가 너무 닳아서 할아버지 같아 보이고 식사하실 때 너무 시리시데요. 근데 바빠서 자주 오시기는 힘드시데요…”


환자를 만나기 전에 실장의 브리핑에 난 잠시 멈칫했다…


‘중년 이상의 남성분이 치아가 닳아서 오면 씹는 힘이 엄청 강할텐데….그리고 멀리서 오시는데 바쁘면 치료를 받으실 수 있을까…..아…치료가 들어가도 힘들겠다…..'


환자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머릿속에 사각턱에 앙 다문 입의 잘 웃지 않는 인상의 남자 얼굴이 스물스물 떠올랐는데…..진료실 문을 여니 딱 상상 그대로의 환자분이 나를 보고 웃지도 않고….인사도 하지 않는다….하하하….

그럴 땐 얼굴에 철판을 깔고 친한 척 하기가 내 전공일지어다.


“안녕하세요~~~멀리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시는 게 힘들지는 않으셨어요..?”


“………………..”


“ 치아가 많이 닳아 있네요~~~주무실 때 이갈이 같은 거 있으세요?”


“……………….”


’어랏. 차트를 보니. 전신질환에 암이라고 써있었네….?? 항암 치료중 이신가…..그냥 치아가 불편해서만 오신 거는 아닌 거 같은데….어떻게 나한테 마음을 열게 하지…? ’


내 앞에 있는 60세 남자는 본인의 몸에 관심을 갖기 보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사느라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만큼 굴곡있는 인생을 살았을 거 같았다. 

진료실에서도 놓지 못하는 핸드폰을 잡은 그의 손은 투박하고 거칠었다. 

요즘 60세는 관리만 조금 해도 40~50대 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는 벗겨진 머리와 주름…닳아진 치아로 교합이 낮아지고 치아가 안 보여 나이에 비해 더 나이들어 보였다. 

더군다나 굳게 닫힌 입이 더욱 인상을 나이 들어 보이고 무섭게 보이게 만들었다. 


10년 넘게 미니쉬 치료를 하면서 반 관상가가 된 나는 말이 없고  인상이 무서운 아저씨들이 실제로는 겁이 많고 본인이 원하는 걸 말하는 게 서툴어서 그렇지 실제로는 아주 순하고 호의적인 분들이 많은 것을 안다. 

대구에서 서울까지 온 60세 남자가 그냥 의료쇼핑 하러 올 확률은 아주 낮다.그는 진짜 미니쉬 치료를 하고 싶어서 온 거고 그 이유는 치료 이상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내가 주인공인 삶보다 가족과 일이 주인공이 삶을 살았던 중년 남자에게 암은 인생의 큰 고비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목적이 내가 될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테다. 

보통 사람들은 아프고 나야  인생을 돌아보고 내 건강, 내 행복, 내 가족, ….나를 생각한다.


“제가 … 20년은 젊어 보이게 해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농담처럼 말을 걸었다.. 그가 웃었다. 아주 희미하게…


“정말요..?”


보통 말도 안된다며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하는데 무뚝뚝해 보이는 그가 젊어 보이게 해 준다는 말에 관심을 기울였다. 

속으로 이제 운동장은 나에게 기울었음을 느끼고 슬슬 그의 마음을 꺼내보기 시작했다.


“어디가 좀 아프셨어요?”


“제가 위암으로 5년 넘게 고생하다가 올해 완치 판정은 받았어요. 아직 식사량이 많이 않아서 하루에 한 끼 먹는데 건강해지려고 운동도 매일 하고 좋은 음식도 먹으려고 하는데 이가 시려서 잘 씹기 힘들고 치아가 없어지니까 얼굴이 더 늙어 보이는 거 같아요”


“제가 닳아진 모든 치아를 건강하게 수복 해 드리면 없어졌던 내 젊은 얼굴이 다시 살아 날 거예용. 다만 치료가 오래 걸리고 대구에서 자주 왔다갔다 하셔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 해야죠…..“


사실 전체 치아가 다 들어가야 하는 치료라 치료비가 많이 비쌌는데 치료 동의를 해주셨다.


대구에서 부동산을 하는 그는 약속도 잘 지키고 하루 하루 치료를 받으면서 치아가 점점 보이게 됐고 주름도 펴지고, 웃게 되고, ……….

가.발.을. 하고 왔다. 가발…..대머리의 60대 아저씨는 사라지고 멋진 중년의 남자가 옷도 신경써서 입고 와서 먼저 웃으며 인사를 한다.



죽다 살아난 사람에게 본인 말고 더 중요한 게 뭐가 있을까. 큰 돈을 가족에게는 써도 본인에게는 망설였을 그 일 것이다.  

안 보였던 치아가 얼굴에서 보이자 안 보였던 미소가 보이고, 주름이 펴지고, 가발도 쓰고, 피부과도 가고….

이쯤 되면 내가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해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혼자 생각해본다.



치료가 끝난 지 3년쯤 지나자 그가….치아를 더 하얗게 바꿔 달라고 한다.

이제 암이 그 인생에서 많이 힘을 못 쓰는 거 같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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