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을 미니쉬로 시작한 군인 아가씨 이야기

이정은 원장
2023-08-11
조회수 6153


"원장님 이 환자는 군인이세요~"


15년 정도 환자를 보다 보면 환자가 아닌 내 일상의 지인이 되거나 친구, 동생, 언니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환자와 의사 또한 사람이기에 서로 합이 맞는 사람과는 치료도 더 잘되는 법이다.

지금부터 그런 환자로 만나서 '언니, 동생' 하게 된 독립적이고 마음이 예쁘고 멋진 20대 환자의 인생 제 2막을 함께 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원장님~ 이번 환자분은 28세 여성으로 전체 치아가 부식되서 오신 분이고 식사 할 때마다 시리고 통증도 가끔 있고 일단 앞니가 너무 부식되서 웃을때 이가 안보여 할머니 같이 보이는 것 때문에 오셨어요…..그리고 이 분은 군인이셔서 자유롭게 내원이 어렵다고 하십니다~"






환자를 처음 보기 전 우리 치과의 실장은 치료를 담당할 치과원장에게 항상 이렇게 브리핑을 해준다.

젊은 여성이 치아 부식으로 올 때는 심한 위염으로 위산이 역류하거나 심한 다이어트로 의도적인 구토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보통 몸은 마르고 얼굴은 좀 어두운 그런 모습이 떠오르는데…


’군인‘이라고!!!!

군인이라는 말에 이 환자가 급 궁금해진 나는 진료실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가 본다.

이렇게 밝고 건강해 보이는 전혀 군인 같지 않은 연예인 느낌이 나는 상큼한 오렌지 같은 여성이 전체 치아가 부식됐다고?


그녀가 나를 보고 활짝 웃는다….다만….손으로 입을 가리고…


 


“군인이시라구요???  미니쉬 왜 하고 싶어서 왔어요????“


“제가 오늘 남친한테,,,차였거든요….평소 치아가 컴플렉스 였는데 남친한테 차인 김에 컴플렉스 해결해서 새출발하고 싶어서요….ㅋㅋㅋㅋ”


“그렇다면…제가 미니쉬 해주고 결혼까지는 모르고 남친은 새로 생기게 해 줄 수 있어요…”


가볍고 경쾌하게 대화를 했지만 그녀의 치아 상태는 상당히 부식이 많이 진행되어 치료과정이 쉽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긴 치료의 시작에 환자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 필요는 없어 나도 MZ처럼 쿨하게 대했다.


이렇게 우리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군인인 그녀는 성격도 밝아보이고. 예의 바르고….얼핏 봤을 때는 밝은 20대 예쁜 여성이라고 생각 할 수 있었지만….난 뭔가 그녀 안에…상처가 보이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20대 특유의 부담없는 발랄함보다는 단단한 내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궁금했다…그녀가 왜 군인을 택했는지…그녀의 치아가 왜 그렇게 부식되었는지…그녀는 왜 그렇게 부식되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치과의사들은 부식치아를 보면 대충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환자가 굳이 이유를 모르겠다고 할 때는 좀 기다리는 것도 가끔은 더 나을 때가 있다.




나는 치아부식으로 오는 환자들에게 바로 치아 상태의 심각성을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충치나 잇몸질환과는 달리 치아 부식으로 오는 환자들은 암환자등 다른 병력을 갖고 있는 사람도 많고 심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환자들도 있어 본인들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바로 물어보면 안그래도 무서워하는 치과를 더 무서워할까 봐서다.


미니쉬 치료가 진행되면서 부식되고 닳아져 안보이던 치아가 점점 보이고, 닳아서 음식 먹을 때마다 시려하던 어금니가 신경치료도 하지 않고 편하게 밥을 먹게 되면서 환자의 얼굴은 점점 더 밝아지고 자신감이 넘쳐 보이게 된다. 피부과나 성형외과에서 절대 해결해 줄 수 없는 치아가 해결되면 얼굴의 탄력이 돌아오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치아가 편해지고 얼굴이 달라지면서 점점 더 나를 신뢰하는 그녀를 보면서 서서히 내가 궁금해하던 것들을 물어보기도 했다.


“근데…왜 이렇게 치아가 부식이 됐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이유를 모른다고 했지만 이유를 알고 있을 거 같아서요”


“사실은 제가 중학교 때 친한 친구 여러 명이 자살을 해서 그 뒤로 우울증이 왔어요. 계속 힘들어하다가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학원을 다니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친구들이 자살하고는 처음으로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게 연기여서 연기학원을 다니게 됐어요.  그런데 그때부터 극한 다이어트가 시작됐어요. 엄마도 항상 제가 살이 조금만 쪄도 뭐라고 하고 단거는 거의 먹어 본 적 없이 살았어요…그래서 저도 모르게 가끔 구토도 하고 뭐 먹기보다 신 음료수(다이어트 음료)를 많이 마셨어요.”


“그럼 연기 학원 다니다가 왜 군인이 됐어요?”


“연기학원에서 성형 수술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해서 고등학교 때 성형을 했는데 하고 나서도 얼굴이 예쁘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그만뒀어요…

그렇게 살다가 아빠가 군인이셔서 자연스럽게 군인이나 해볼까 하고 생각했어요..엄마보다 아빠를 많이 좋아하거든요…그리고 중학교 때 자살한 친구들이랑 친했던 몇 명 남자친구들이 아직까지도 많이 친한데 걔들이 군대 간다니까 그냥 같이 가고도 싶었어요…“


“아빠가 군인 한다니까 뭐라고 해요?”


“아빠는 좋은 직업이라고 하셨는데 엄마가 난리치고 반대하셨죠…

근데 엄마가 반대하니까 더더욱 처음으로 제가 스스로 결정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그냥 도전했어요”


”해보니까 어때요?“


”잘했다고 생각해요..단순하게 살면서 운동이랑 먹는 게 규칙적인 되니까 몸도 많이 좋아지고 잠도 잘 자는데….치아는 회복이 안되더라구요... 점점 더 안 좋아지더라구요…“


진료실 안에서 진료 보다 그녀에 관한 대화를 더 많이 한 날이었다.

그리고 내가 해 준 치료가 그녀의 인생을 더 자신감 있고 행복하게 해 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녀는 치료가 끝나고 우리 병원의 홍보를 자처해 줬다.

가끔 환자들을 상대로 치과 관련 교양강좌를 하는데 직접 와서 간증하는 것처럼 나를 찬양도 해주고 영상이든 뭐든 다 찍어줘서 나한테 도움만 되면 뭐든지 참여해 주면서 치과를 알려주고 나를 홍보도 해줬다.


그리고 군인을 제대하면서 활짝 웃으며 동료들과 찍은 사진을 보내주면서 이제 스튜어디스로 제2인생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인생 제 2막을 축하하면서 고기에 소주 한잔하는 그런 언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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