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우리가 공부할 수 있는 이유_ 04 암기 전략

허원범 원장
2023-07-31
조회수 2815



04 암기 전략


Daily 암기 노트와 기억의 노드 


나는 암기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사실 집중력과 암기력이다. 특히, 여러 지식형 공부의 초기 공부에서 그 능력은 꽤 절대적이다. 그런데 나는 그 두 가지가 모두 뛰어나지 않았다. 아니, 두 가지 모두 훨씬 더 평균 이하였다고 확신한다. 더군다나, 내가 기억력에서 많이 뒤떨어진다는 사실을 뒤늦게 20대 중반에야 깨달았다. 그 후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을 하며 살아왔다. 나는 암기를 못하고 싫어했기 때문에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에도 사회나 생물같이 암기가 많이 필요한 과목은 멀리 했고 오히려 수학 과목을 더 편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수학도 암기할 공식 등이 많아지는 파트가 나오면, 못했고 싫어했다. 사람 이름을 잘 못 외우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또, 이 글을 집필하기 전 확실히 다른 사람과 비교 기준이 될 만한 사건도 있었는데 바로 치전에 합격 후    `스컬` 이라고하는 학교 동아리 선배들이 하는 교육이었다.(의대에서는 비슷하게‘골학’이라는 과정이 있는 학교들이 많다.) 

이것은 학교 입학 바로 전에 신입생들을 모아 합숙에 가깝게 종일 선배들이 직접 해부학 강의를 하고는 제한된 시간을 두고 암기한 후 시험을 보게 하는 형태다. 의학용어들과 해부학 명칭들은 실생활에서 쓰지 않는 것들이기에 일부 관련학과가 아니고서는 누구에게나 새로운 것들이다. 

더욱이 이 기간이 1주일간 이어졌는데 아침 일찍부터 밤 혹은 새벽까지 하는 터라 따로 시간을 내서 한번 더 보는 등의 남다른 시간을 투자하기가 불가능했다. 그러기에 ‘스컬’ 교육은 순수한 단기 암기능력 테스트 그 자체였다. 결과는 그룹 중에 확실한 꼴찌였다. 이때 꼴찌상을 받은 일은 다시 한번 내가 입학시험 성적을 잘 받았다고 해서 자만할 게 아니라 항상 내 암기력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노력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또, 한편으로 암기 과목인 생물학에서 합격생 모두가 혀를 내두를만한 점수를 받았다는 것은 역시 방법과 시간투자의 효과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단기 기억력은 단순히 현재 개인 능력에 따라 많이 좌우된다. 이 개인 능력은 후천적인 계발이나 변화도 어느 정도 포함되지만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면에 장기 기억력은 방법과 전략이 크게 좌우한다. 내게 그중 일등 공신들은 데일리 암기 노트와 생물학 암기 스터디였다. 이 파트에서는 데일리 암기 노트를 중심으로 암기력과 장기 기 억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다룬다. 암기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파트는 가볍게 지나가도 되겠다. 하지만 이 곳에서 구체적인 데일리 암기 노트 이야기를 하며 곁들이는 기억력에 대한 고찰과 암기 학습에 대한 중요한 개념 정도는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의식적인 암기를 해야 한다 

한편, 암기를 꼭 따로 관리하며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있 을 수 있다. 물론 공부하는 과목마다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장기 시험에서 구체적이며 정확한 암기를 필요로 한다. 어느 시험이든 시험 회차가 누적되면서 더 지엽적인 암기를 요구하게 되는데 그것이 절대적이진 않더라도 어떤 수험생이 열심히 공부했는지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암기하는 흔한 것 이상을 암기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때 암기의 대상은 중고등학교, 대학교 단기 시험의 단기 암기와는 완전히 달라서 방대한 많은 양을 장기 기억화해야 한다. 그 많은 양을 머릿속에 체계적으로 넣기 위해선 의 식적으로 암기를 해야 하며 그를 위해 특별히 암기 시간을 배정해 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암기하는 방법을 갖추어야 한다. 

다독만으로 암기가 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물론 기억에 특화된 일부 사람들은 가능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의식적 암기를 해야 자기 것이 되고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한편, 문제에서 질문하는 형태에 따라서 어렴풋이 알고 있어도 풀 수 있는 정도가 있으며 구체적으로 암기하고 있지 않다면 풀기 어렵게 문제가 나올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당뇨병과 연관이 있으며 이자(췌장) 에서 분비되어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은?’이라고 친절하게 문제가 나온 다면 답인‘인슐린’을 굳이 암기하고 있지 않아도 객관식에서 정답을 골라낼 확률이 높지만,‘이자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3가지로 바르게 묶인 것은?’이라고 문제가 나오며 그럴싸하게 보기를 만든다면 구체적인 암기를 한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은 차이가 나며, 평가자는 그것들을 실력, 공부의 양이라고 판단한다. 

이 경우 장기별 분비 호르몬을 리스트로 만들어서 암기하고 있었어야 한다. 생물 과목의 생리학에서 호르몬은 기본이며 그것들의 분비 장소와 역할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특별한 시간을 투자해 암기하고 반복을 통해 장기 암기화 시키지 않아 그 기본적인 것들조차도 헷갈려 하는 수험생이 너무나 많다. 반드시 암기를 따로 신경 써서 해야 한다. 그래야 지식이 완전해진다. 

법률이나 역사 같은 단순 지식형 공부뿐 아니라 과학 분야의 추론형 문제에서조차 이렇게 기본 암기 내용은 응용의 바탕이 된다. 물론, 모든 수험서 내용을 자세히 암기할 필요는 없으며 그럴 수도 없다. 단, 객관식 문제에서 찾을 수 있을 만큼 알고 있으면 되는 내용 외에도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암기하고 있어야 하는 필수 내용이 있다. 그런 것들이 전체 지식의 중요 베이스가 되니 따로 정리하거나 지정해 의식적으로 암기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며 그 방법들을 이 장에서 차차 소개하기로 한다. 


효과적 암기 내용 복습 시기 

의식적인 암기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였다면 그 다음으로는 암기노트의 필요성에 대해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겠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장기기억을 위한 효과적인 암기복습 시기에 대해 먼저 언급할 필요가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한번 본 내용은 누구나 오래 지난 후에는 잊는다. 

그렇다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할 수 있도록 장기 기억화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반복해서 그 내용을 봐야 한다. 이것을‘복습’ 이라고 하며 복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이견이 없다. 하지만 새로운 내용을 본 후에 넉 달이나 지나서 복습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져 새로운 내용을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잊어버릴 것 같아 한 가지 내용을 하루에 10번씩 반복한다면? 물론 기억은 확실히 되겠지만, 한 가지에 시간을 너무 많이 투자하는 탓에 다른 내용은 공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이렇게 단기간 안에 여러 번 보는 행위를 되뇌기(rehearsal) 라 할 수 있는데, 실험 결과 다른 단어보다 9배나 오래 되뇐 단어도 기억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5) . 

그렇다면 어떤 것이 적당한 시기마다 복습을 하는 것일까? 이런 학습기억에 대해 최초로 과학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그 실험법과 결과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사람이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 스(Hermann Ebbinghaus, 1850~1909)이다. 

공부의 방법론에 대해 고민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망각곡선(Forgetting curve)’에 대해 들어 보았을 것이라 믿는다. 에빙하우스는 실험을 통해 학습 후 10분이 지나 면 망각이 시작되고 1시간 후에 약 50%, 하루가 지나면 약 70%, 한 달 후에는 처음 학습한 내용의 약 80%를 잊게 된다는 것을 수치화6) 할 수 있었으며 그에 따라 기억을 위해 복습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마인드맵의 창시자로 알려진 토니부잔의 학습법7) 을 비롯해 여러 공부법에서 이 망각곡선을 역으로 이용하여 각각 1시간 뒤(또는 10 분), 하루 뒤, 일주일 뒤, 한 달 뒤 복습하면 장기 기억화 하는데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필자도 이런 구체적인 복습 시기 기준을 이용한다. 물론, 에빙하우스는 저서에서 이런 시간기준이 가장 효율적이라 언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망각곡선을 그리지도 않았고 주로 기억보유 (retention)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해 재학습에 필요한 시간을 측정했을 뿐이다. 

실험에서 행한 ‘24시간 후 재학습’ 또한 자의적으로 선택한 시간일 뿐이라고 저서에서 확실히 언급했다. 중요한 것은 에빙하우스가 발견한 대로 기억은 처음 학습 후 급속도로 망각되며 시간이 갈수록 그 속도가 감소하기에 주기적 복습이 필요하며, 이 복습 기간 간격이 점차 길면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복습 방법 중 ‘Spaced repetition8) ’ 이라는 개념이다. 자, 아래의 3가지 복습 유형 중에 가장 효율적인 복습 방법을 골라보자. 








정답은 <복습유형 3>이다. 즉, 한꺼번에 몰아서 복습하는 것보다는 시 간차를 두고 나누어서 복습하는 것이 좋고, 시간차는 갈수록 점점 벌리 는 것이 바람직9) 하다. 

이런 유형의 복습이 바로‘Spaced repetition이라 하며 번역하면‘분산 반복’,‘ 간격 반복’,‘ 주기적 반복’,‘ 공백 반복’ 등의 우리말이 된다. 따라서 에빙하우스 실험의 의의는 이런 개념의 반복 학습이 의의가 있다는 정도일 뿐이다. 

사실 필자의 생각으로 실제의 망각 속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고 동일인도 어떤 내용인지에 따라 다를 것이며 심 지어 그날 그 사람의 컨디션에 따라서도 다를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반복주기는 개인의 뇌를 분석해서 해당 항목을 잊으려는 순간에 상기해 주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현시대에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모든 항목을 차별화할 수도 없고, 어떤 것이 어떻게 망각될지 알 수도 없으니 자신의 계획상 통상적인 복습 기준이 필요한데, 이때 에빙하우스가 제 시한 망각곡선은 어느 정도 적당한 기준이 되어줄 수 있다. 그 기준이란 간격을 점점 벌려가며 하는 복습이고 1일, 1주, 1달 정도가 적당할 수 있으며 기억하고 계산하기도 쉬우니 필자도 이 정도 잣대를 항상 복습 기준으로 이용한다. 물론, 앞선 내용을 잘 이해했다면 꼭 이와 정확히 동일한 주기가 아니라도 주요 맥락에 맞게 간격을 벌려가는 형태로 자신에게 적합한 복습 주기를 만들면 된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암기 노트의 필요성 

그런데 자신이 과거 공부한 내용을 어떻게 알고 복습할 것인가? 어제 공부한 내용이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일주일 전 내용, 한 달 전 내용을 기억할 수도 없고 일일이 공부한 범위를 체크해서 그것들을 찾아 다시 모든 책을 펼쳐 보기는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다. 

그래서 따로 암기 노트가 필요하다. 명심해야 한다. 다시 볼 때는 무조건 가능한 한 간편해야 하고 그 분량과 시간은 처음 공부할 때보다 더 적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볼 의욕이 꺾이지 않으며, 더 많아진 분량들을 소화해 낼 수 있다. 

암기 노트의 필요성과 형태에 대해 한 번 더 강조하고자 한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많은 사람이 단순히 다독하면, 암기가 저절로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다독은 다독 나름대로 내용을 다시 상기하며 익숙해지는 데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으로 필수 내용이 암기되는 것은 아니다. 필수 내용들은 따로 정리하고 목록화해서 암기를 해야 한다. 또한, 체크해 가며 안 외워지는 내용을 따로 선별해 암기해야 효율적이다. 항목마다 암기가 잘 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며 그것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누가 제시해 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래서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볼 테니 아래 도식을 함께 보며 이해해 보도록 하자. 항목 A는 그 사람에게 한 번만 봐도 인상에 강하게 남아 기억이 될 수 있고 항목 B는 3회를 봐야 기억되고 항목 C는 8회를 봐야지 비로소 암기가 된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이들을 단순히 여러 차례 봐서 암기를 한다며 7회에 걸쳐 전체 암기를 했다고 하자. 그러면 1회 봐도 되는 A와 3회 봐도 되는 B는 불필요하게 많이 보게 되며, 8회 봐야 암기가 되는 C 는 약간의 차이로 암기되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단순히 시간적 효율을 봐도 차이가 난다. 3가지 항목을 7회씩 보면 3×7= 21회가 되지만 차별화해 본다면 1+3+8 = 12회가 된다. 따라서 목록들을 체크해가며 선별적으로 추가 암기를 하는 것의 효율성이 크다고 하겠다. (물론, 이 비 교에서 목록화하는 시간적 비용은 고려하지 않았지만, 목록화 과정은 나름대로 단기적 복습 효과를 준다는 점에서 또한 의미가 있다.) 




사실, 이 당연한 원리는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으며 해봤을 가능성이 크다. 영어 단어 암기할 때 그런 식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기 시험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책에서 해당 내용을 여러 번 봐 암기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암기해야 할 항목들이 목록화되어 있지 않아서이다. 따라서 스스로 암기해야 할 항목을 목록화해 체크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자신만의 암기 노트가 꼭 필요하다는 말이다. 또 하나 암기 노트의 강력한 장점은 휴대성이다. 아무리 얇은 책자라도 들고 다니기는 어렵고 가방에 넣었다 꺼내기도 번거롭다. 그러나 자 신이 만드는 암기 노트는 휴대가 훨씬 쉽다. 특히 필자가 제시하는 데일리 암기 노트는 그날 그날 A4 용지로 분리되어 있어서 접어 휴대하기 편하다. 외부에서 들고 볼 때도 부담이 적다. 


Daily 암기 노트 작성과 활용 요령 

필자가 계발한 데일리 암기 노트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물론, 이 형식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암기 노트를 만들어도 좋다. 자신이 직접 독창적으로 만든 방법이 더 애착도 가고 자신에게는 더 적합해 오래 이어서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의 데일리 암기 노트에 녹아있는 몇 가지 포인트들과 노하우는 반드시 참고하도록 하자. 그것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길이다. 우선 공부 도중에 암기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되는 항목들을 선별하여 야 한다. 그리고 지정된 폼(미리 출력해 놓은 A4용지)에 날짜를 적은 뒤 그 항목들을 옮겨 적는다. 다음과 같다. 







이 페이퍼 형식에는 여러 노하우가 반영되어 있다. 단순해 보이겠지만 이 형태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몇 년의 실사용에 걸쳐 완성되었다. 이 폼에서 각 항목의 위치만 바꾸더라도 보기가 불편해진다. 먼저 폼에는 그날의 날짜와 요일을 적을 수 있어야 한다. 날짜가 있어야 1일, 1주, 1달에 맞게 복습할 수 있다. 정확히 한 달 복습은 계산하기 어렵고 매달일수도 다를 수 있기에 1달보다는 4주 전 복습으로 진행하는 편이 따르기 쉽다. 그래서 요일이 꼭 필요하다. 

좌측의 One day, One week, One month는 학습 뒤 해당 시간이 지난 다음 다시 암기를 확인하며 체크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Q(question) 칸에는 암기할 내용의 질문을, 그리고 A(answer) 칸에는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적는다. 질문과 답변식이어야만 암기를 한 후 암기가 되었는지 체크해 볼 수 있다. 그래서 가능한 한 암기할 항목을 선별한 후 질문과 답식으로 옮겨 적어야 한다. (옮겨 적는 것 자체도 복습의 효과가 있다. 사실, 이때 학습 직후 복습이 이루어 진다고 생각하면 옳다.) 

그렇게 해서 그날 암기 노트가 완성되면 그전에 만든 암기 노트들과 함께 모아둔다. 데일리 암기 노트는 그 다음 날 특정한 시간에 암기를 한다. 암기할 시간은 꼭 선별해 두어야 한다. 암기는 제일 하기 싫은 공부 중 하나이기 때문에 특별히 시간을 할당해 놓지 않으면 하지 않거나 미룰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아침에 오자마자’ 혹은 ‘점심 식사시간 후에’ 이런 식으로 시간을 꼭 할당한다. 

나는 암기 페이퍼를 만들어 주로 대중교통 안에서, 식사 시 암기를 했다. (암기 페이퍼를 더 만들지 않는 후반기에는 대신 정리 노트를 봤다.) 물론, 다른 사람과 식사를 할 때는 대화에 집중했지만 혼자 식사할 때에는 절대 시간을 멍하게 보내지 않고 암기 노트를 보았다. 

혹자는 굳이 이동 중이며 식사 때까지 쉬지 않을 필요가 있느냐고도 한다. 또 언뜻 보기엔 유난을 부리는 것 같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건 자투리 시간을 조금 더 쪼개어 쓴다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우선 기억에 효과적이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독서실에 앉아서 암기하는 것보다 이동하며 보는 것이, 식사하며 보는 것이 더 기억이 잘 남을 수 있다. 


이는 좀 더 뒤쪽에 나오는‘기억과 상황’이라는 소제목에서 그 이유를 자세히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것 외에 내가 열심히,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습관이기도 하며 남는 시간에도 공부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어딘가에 갈 때면 항상 암기 페이퍼를 들고 다니며 암기했다. 심지어 예비군 훈련장에서도 암기했고, 노트북 수리하러 서비스센터에 가서도 대기하며 암기를 했다. 그렇게 시간을 쓰는 것이 마음에 안정을 주었다. 그럴 때면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 나는 합격될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다’라는 자각이 들었다. 그것은 내게 미래에 대해 확신을 점진적으로 가져와 주었다. 암기할 때는 암기 노트 종이들에서 어제 만든 것, 1주일 전 것, 그리고 1달 전 것을 골라낸다. (포스트잇이나 인덱스로 1주일, 1달 지점을 목록에 표기 해 두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그것을 예정해둔 시간에 혹은, 필자처럼 지니고 다니며 암기한다. 

먼저, 어제 만든 암기 페이퍼의 첫 번째 칸(one day)에 체크를 한다. 

Q를 보고 A항에 있는 답이 생각나면 다음 항목으로 넘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체크를 하면 된다. 체크된 것들을 암기한 후 다시 한번 확인하여 암기가 잘되지 않는 것은 같은 칸에 두 번째 체크를 하며 선별해 암기하도록 한다. 그러고 나서 일주일 전 페이퍼를 꺼낸다. 역시 Q를 보고 답이 생각나면 지나가고, 그렇지 않으면 두 번째 칸(one week)에 체크한다. 그 후 4주 전 페이퍼도 마찬가지로 진행한다. 이렇게 하면 나는 항목들을 1일, 1주, 한 달 복습 암기를 완료한 것이 된다. 또한 이것들은 뒤에 언급할 ‘노드 효과’로서 내가 공부한 내용을 전체 복습한 것은 아니지만, 그 내용 중 필수 항목을 암기함으로써 함께 공부했던 근처 내용의 기억을 끌어올리는 것에도 도움을 준다. 






Daily 암기 노트 작성 세부 내용 

하루, 한주, 한달 세번에 걸쳐 암기했어도 도무지 암기되지 않는 항목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런 항목들은 한 달이 지난 후 그 날 새로 만들어지는 데일리 암기노트에 편입시켜 한번 더 순환 암기를 돌릴 수도 있다. 또는 빨간색 등으로 강하게 표시해 두고 모아둔 암기노트에서 페이퍼를 뺄 때마다 다시 들춰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경험하다 보면 항목별 암기 정도의 차이가 무척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체크할 수 있도록 목록화와 그에 따른 차별화된 암기 반복 횟수가 필요한 것이다. 암기 노트 작성 시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분량이다. 먼저, 암기 노트를 매일 만들지는 않더라도 매일의 암기 노트가 있는 것이 꾸준히 이어서 하기에 좋다. 또한, 하루에 목록 개수가 적절해야 한다. 즉, 암기 노트에 작성할 내용이 오늘은 많고 내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고 하면 오늘 두 장을 만들어 한 장은 내일 날짜로 기록하면 된다는 말이다. 

하루에 암기하고자 하는 목록 개수가 너무 많으면 차츰 암기 노트 실행이 힘겨워질 수도 있으며 반대로 암기 노트 작성하는 일자가 드문 드문 있으면 암기를 잊고 잘 안하게 된다. 자신에게 맞는 적당량을 지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항목마다 A(answer)에 들어가는 내용의 분량 또한 적당해야 한다. 정리 노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내용이 너무 길어 내용 정리 노트처럼 되어 버리면 역시 실행이 힘겨워질 수 있으며 암기 노트 효율을 저해할 수 있다. 간단히 나누어질 수 있는 내용 위주로 암기 노트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들이 뒤에 언급될 기억의‘노드’가 된다. 그리고 이렇게 기본 필수 내용을 암기하고 나서 전체적인 암기는 반복되는 내용 복습과 스 터디로 보충이 된다. 그러니 처음부터 너무 완벽히 모든 것을 암기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긴 내용의 필수 암기나 그림 등이 포함되어 옮겨 적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해당 지식 reference 로 표기해서 질문 답변식은 아니더라도 다시 보는 형태로 한다. 예를 들어 생물학 ‘해당 과정’을 다시 봐야겠으나 그림이나 단계의 과정이 복잡해 옮기기 어렵다고 하면 ‘생물 248p’ 라고 적어두고 시기에 맞춰 그 곳을 다시 펼쳐 보는 형식이다. 


분량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이것은 처음부터 자신에게 적당량을 찾을 수 있다고 하기보다는 차츰 시간이 지나며 자신에게 맞는 정도를 찾아간다고 하는 것이 적당하겠다. 그리고 암기 노트는 수험 기간이 1년이라면 1년 내내 분량이 많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초반, 중반까지 어느 정도 새로운 이론들이 많이 나오지만, 어느 정도부터는 보통 내용 반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이상 새로운 필수 내용을 목록화하는 정리 노트를 만들 필요성이 없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물론, 이때에는 이미 암기 노트의 효과를 크게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데일리 암기 노트의 효과는 당장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1~2 개월 이상 꾸준히 사용한 다음부터 효과가 나타난다. 암기 노트의 목적 자체가 장기 기억력이기 때문이고 장기 기억력은 아무리 그 기간을 짧게 잡아도 1개월 이상이다. 보통 한번 암기한 후 많은 내용은 1~2주까지 기억이 계속되기 때문에 그 기간은 데일리 암기 노트를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슷한 기억 수준에 있기 마련이다. 그 이상 시간 흐름에서 다시 봐야 하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보는 데 의미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나의 방법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굳이 폼이 A4 용지가 아니라 얇은 노트여도 좋다. 단, 기본 원리와 몇 가지 형태만 참고해 암기 노트를 만들기를 바란다. 기본 원리는, 공부 내용은 다시 봐야 하며, 다시 볼 때는 간편하며 더 적은 분량(시간)이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목록화해 암기되었는지 체크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하며, 적절한 분량이어야 하며, 암기 목록 날짜를 기록해 복습 타이밍이 갈수록 길어져야 한다는 등이다. 사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이 원리들을 무의식적으로라도 모두 당연하게 알고 있다. 





Daily 암기 노트의 단점과 이미지 기억 

앞서 반복과 체크를 위해서는 목록화된 암기 노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 목록화된 것은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그로 인한 결점도 함께 지닌다. 바로 문자 암기의 한계성이다. 물론, 사람마다 암기력은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글로 암기를 잘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문자보다는 이미지나 도식 등을 포함한 경우를 더 잘 기억한다. 그래서 책에 있는 참고 그림이나 도식을 모두 제하고 글만 가져온 암기 노트의 불리함이 있다는 말이다. 

분량을 가능한 최대한 줄여 암기할 문맥만 가져왔기 때문에 당연하다. 그렇기에 보완법으로 암기 노트에도 가능한 간단한 도식은 옮기는 것, 공간에 자신만의 작은 그림을 그려 넣는 것, 혹은 책의 페이지 내 해당 내용의 위치와 해당 그림 등을 함께 떠올리며 외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렇듯 기억력의 힌트는 문자와 말을 단순 반복하는 것보다는 ‘형상화’하는 것에 있다. 이것은 단기 암기도 수월하게 해 주며 장기 암기에도 역시 큰 도움을 준다. ‘형상화’라는 말이 어렵게 느낄지 모르겠다. 여기서는 형상화에 대해 조금 더 세분화해서 3가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다음 이미지와 참고해 이해해 보도록 하자.









첫 번째, 내가 잘 알고 있는 이미지와 매치해서 그 단어나 문장을 기억한다. 예를 들자면 ‘광합성’하면 식물이 빛을 받는 장면과 연결 짓는 것 이 될 수 있겠다.(그림 1) 또는‘히스타민 분비세포 2개는 비만세포와 호 염구이다’라고 하면 동그란 물체 두 개에서 무엇인가 분비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암기한다.

‘DNA 초 나선 구조 L =T + W’라는 공식을 책에 서 본 DNA 나선 구조를 떠올리며 암기한다. 단순히 한 개념을 문자로 외우는 것보다 최대한 어떤 장면이나 그림과 관련지어 주는 것이 기억 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두 번째, 연관된 것들을 모아 도식화하여 표현한다.(그림 2) 

이 경우 좌측 2개의 화살표는 촉진을, 우측 막대기 하나는 억제를 뜻하는데 차후에 3가지 호르몬이 어떤 것이 억제고 어떤 것이 촉진인지 헷갈릴 때 유용하다. 렙틴이 도식에서 우측 위에 있었고 그것 하나만 ‘억제’였다는 것을 떠올리면 간단히 헷갈리지 않고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 아무리 암기한들 시간이 지나 기억이 희미해지면 ‘아디포넥틴은 식욕을 촉진한다’ 라고 열심히 외운 문장은 기억나지 않고 도식의 이미지는 어렴풋이 떠오르게 된다. 반드시 그렇게 된다. 따라서 가능한 그때 그때 도식화하여 가시성과 기억률을 높이자. 자신이 도식을 직접 만드는 것도 좋고 이미 있는 것이라면 따라 그려보는 것도 기억에 도움이 된다. 또한, 색깔도 넣어 파란색은 촉진, 빨강은 억제로 표현하면 더 효과적이며, 그런 종류의 도식을 그릴 때 가능한 왼편이나 위에 촉진 등 긍정적인 것을 위치하고 우측이나 아래에 부정적인 것을 위치시키는 식으로 일관성을 유지한다면 더욱 유용할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로 정확한 개수나 순서가 필요한 암기라면 특정 공간에 항목들을 배치하는 것이 유용하다. 예를 들어 7 개의 과일, 채소를 순서대로 암기하려고 사각형을 그리고 적당하게 다 른 위치에 항목들을 넘버링하여 배치하였다.(그림 3) 이제 약간 암기를 하면 왼쪽 위부터 딸기, 맨 위 에 있는 레몬, 그다음 아래 바나나, 중앙에 수박 이런 식으로 순차적 기억을 이끌어내기가 쉽다. 여기서 사각형 대신 내가 주로 다니는 길이나 사람의 신체 등 여러 가지 바탕을 이용할 수 있겠다. 이것은 ‘장소 기억법’이라고 불리는데 치전 학교 시험공부를 할 때 내게 빛과 같은 방법이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치아 파절 시 주의해야 할 사항 5가지’ 라고 하면 치아 파절 상황을 간단히 그림으로 그린 후 그 그림 안의 각기 다른 위치에 각 연상 가능한 항목을 배치하여 외우는 것이다.(그림 4) 





단기적인 1차 암기에 있 어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앞서 언급한 노하우들은 수험 생활을 거치고, 그 이상의 암기를 요구 하던 4년간의 치전원 생활까지 지낸 후에 명확해진 방법 중 일부이며 한 편으로는 기억에 관한 많은 저서와 연구에 자주 등장하는 방법들이기도 하다. 

특히 세 번째로 언급한 ‘장소 기억법’이라는 연상법은 세계 기억력 대회 우승자 10명 중 9명이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10) . 언뜻 보기에 장 소기억법은 단기간 안에 비슷한 내용을 가능한 한 많이 외울 때에만 유리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응용하면 단순한 암기 분량뿐만 아니라 이해에 관한 학습에서조차 효과가 있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다11) . 물론, 특성상 ‘애정’ 같이 추상적인 개념들보다는 ‘책’같이 실제하는 직관적 단어들에 대해 사용이 훨씬 유리하다. 의치대 최상위권에는 의례적으로 월등한 암기력 소유자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은 보통 페이지를 사진 찍듯이 기억한다. 한 페이지에 위쪽에 무슨 내용, 우측 아래 무슨 내용 이런 식으로 기억하지, 단순히 문자로 줄줄이 기억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기억에 있어서 이미지 매칭과 형상 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반복 강조한다. 단순 글보다는 이미지와 공간, 방향을 이용해 기억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장기 시험에서 모든 내용을 형상화하기는 어렵겠지만 형상화가 쉽게 가능한 것들, 또는 도무지 암기되지 않는 것들은 필자가 제시한 방법을 참고해 보도록 하자.


여기까지가 기억을 유리하게 할 수 있는‘형상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들은 뒤에 나올 노드효과와 함께 필자의 대표적인 기억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단기 암기와 장기 암기의 차이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주기적인 시험과 장기 시험이 다른 결정적인 점은 적당한 내용의 단기 기억이 아니라 방대한 내용의 장기 기억이라는 점이다. 장기 기억을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형상화 등으로 기억이 내가 잘 아는 다른 것들과 연상되어 있을 때 유리하며, 그 기억들이 잘 분류되고 조직되어 있으면 좋고, 해당 내용에 대해 이해가 잘 되어 있으면 훨씬 수월하며, 그것에 대해 시간을 많이 보냈다면 더 기억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장기 기억을 위해 역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앞서 말한 반복이다. 제아무리 형상화하고 완벽히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복습해야 한다. 강렬히 한 번에 인상이 남는 극히 일부 내용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 주기적으로 몇 번을 반복해 다시 형상화해 떠올리며 암기해야 장기 기억화된다. 반복의 당위성과 반복을 위한 장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수백 번을 반복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어서 나올 노드 효과는 장기 암기에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특화 내용일 뿐 아니라 많은 양의 기억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것에 힌트를 줄 것이다. 





기억의 노드 ‘노드(Node)’라는 것은 원래 컴퓨터 용어다. 백과사전 정의를 빌리자면 노드는 네트워크에서 연결 포인트 혹은 데이터 전송의 종점 혹은 재 분배점을 이른다. 노드 지점에 설치한 통신제어장치에 의해 통신망 전 체를 제어한다12) . 






기억에도‘노드’가 있다. 어떤 한 구역의 내용이 있다면 그것을 모두 동일하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구역의 내용을 대표하는 한 두 개를 기점으로 기억이 형성된다. 즉, 기억의 네트워크에서 한 구역으로 가는 포인트를 뜻한다. 

예를 들자면 ‘과일’이라고 하면 과일에 속한 모든 것들이 한 번에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사과나 배 등 자신이 생각하기에 과일을 대표하는 것이 떠오른다. 누군가에게 과일을 설명할 때도 쉽게 예를 들기 위해 ‘사과같이 나무에 열린 열매’ 이런 식으로 설명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사과같이 쉽게 떠오르는 것이 노드가 될 수 있다. 

이것은 현실에서 길을 내는 것과 비슷한데, 한 지점으로 도로를 개설한다면 그 지점이 하나의 거점으로 작용해 주변 지역들까지 접근이 용이하게 되는 것과 같다. 

공부에서도 그렇다. 처음 하나의 파트를 공부할 때 그 파트의 모든 내용을 세밀하게 기억하기는 어렵다. 그중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이 그 파트에 대한 노드를 형성한다. 또는 많이 봐서 그 파트 전체가 익숙해졌을 때 대표로 선명히 기억되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이 노드이다. 그렇게 기억의 노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자면 서울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해보지 않아 낯설었다 하자. 그러다가 학원 때문에 강남역에 주기적으로 가게 된다면 강남역이 익숙해진다. 그와 함께 2호선이 친근해지며 그 근처에 있는 역들, 이를테면 선릉, 삼성, 교대 등등의 역도 익숙해지고 기억하기 쉽게 된다. 역사 공부에 빗대자면 역사를 무척 싫어하다가 세종대왕에 관심이 생겨서 그 왕의 업적과 당시 사회제도 등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러면 그전 왕인 태종이나 다음 왕인 문종에 대해서도 비교적 접근하기 쉬워지며 더 나아가 조선 시대 자체 가 친근감 있게 다가오게 된다. 

그래서 공부할 때도 단번에 그 구역의 전체 내용을 모두 기억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 (물론 일반적인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전부를 한 번에 기억하려 할 경우 포인트를 찾기가 어렵고 분량이 많다 보니 쉽게 질린다. 그렇게 하기보다는 해당 파트에서 핵심이나 정리가 잘 될 수 있는 콘텐츠, 혹은 비교적 관심이 가는 것이라도 일부를 취해 확실히 암기해 두는 것이 유용하다. 그 노드들을 기점으로 그 주위 것들이 친숙히 다가 오고 쉽게 받아들여지게 된다. 

그래서 확실히 장기 암기할 수 있는 장치가 담긴 자신의 암기 노트로 그 노드들을 만들라는 것이다. 다회독시 속도가 빨라지는 것들도 중요한 포인트의 암기, 확실한 노드가 확립되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모든 내용을 다시 다 읽는 것이 아니라 그 구역의 대표 내용 즉, 노드를 보면 나머지 세부 내용도 머릿 속에 웬만큼 다시 떠올라 복습 효과를 낸다. 그 결과 나머지 세세한 것들이 완벽한 지식으로 암기되어 말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객관식 문제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익숙함, 알고 있는 내용이 되게 한다. 

시험 과목 자체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과목이 생소하고 도무지 어려울 수 있다. 이때 흥미를 느끼는 파트 혹은 자신에게 쉽게 느껴지는 한 부분에 우선 집중해서 잘하게 되면 그 과목에 대한 인식도 달라 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화학 과목이 어렵기만 하고 싫었다고 하자. 하지만 어떤 기회로 산염기에 대해 특강을 듣고 문제를 풀어보며 중요한 개념들이 정리되어 흥미를 느꼈다 하자. 그렇게 되면 그 부분을 잘하게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결국 그 산염기라는 파트에 대해 자신이 생기고 친근해졌다면 더 이상 화학이라는 과목이 막연하게만, 혹은 싫게만 느껴지지 않게 된다. 물론 그 한 가지로 그 과목 전체가 완전히 수월해 질 수는 없지만, 시험 과목 자체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것은 큰 변화와 가능성을 뜻한다. 우선 집중했던 그 파트가 그 과목의 실력으로 가는 노드가 되어 주는 것이다. 



기억문장 제작 

암기 중 문장 만들기

 


중요하게 자주 나오는 나열형 암기는 ‘기억 문장’을 만들어 놓는 것이 꽤 유리하다. 두 가지 예를 들려고 한다. 먼저 위에 제시한 다소 복잡해 보이는 그림은 생물학의 세포 호흡 단원에서 꼭 암기하고 있어야 하는 중요한 내용인 TCA cycle이란 것이다. 

이 도식 전체를 기억하려면 우선 순차적인 대사 물질을 확실히 암기해야 하는데 한글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시트르산(Citrat) → 이소시트르산(Isocitrat) → α-케토글루타르 산(α-ketoglutarat) → 숙신CoA(Succinyl-CoA) → 숙신산(Succinat) → 푸 마르산(Fumarat) → 말산(Malat) → 옥살아세트산(Oxalacetat)이다. 

이것의 순서를 헷갈리지 않고 완벽히 암기하려면 시간이 걸리며, 장기 기억을 위해서는 몇 번이고 그 암기를 반복해야 한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문장이면 한층 수월하게 기억할 수 있다.‘시이케를 숙성시켜 퍼먹어(식혜를 숙성시켜 퍼서 먹어)’

이 문장에서 글자 하나 하나는 각 물질의 한글 발음 앞글자를 따거나 중간 글자, 혹은 약간의 변형을 거친 글자이다.‘를’이나 ‘시켜’라는 중간 단어는 물질과는 관련없지만, 문장을 만들기 위해 추가된 글자들이다.

기억하기 쉬운 문장이며 이제 이 문장이 머릿속에 있다면 ‘시’는 시트르산을 ‘이’는 이소시트르산을 각각 매치하여 떠올리면 된다. (이 개념은 위에서 언급한 ‘노드 효과’와도 통하는 면이 있기도 하다. 한 글자가 각각 순차적인 단어의 노드가 되는 셈이다.) 

이 문장의 기억 효과는 강력하다. 첫 암기에도 수월할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단순 나열 암기보다 장기 기억에 유리하다. 매우 어렵고 연상하기 어려운 단어의 나열들을 기억하기 쉽고 간단하며 의미까지 있는 문장으로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실제 필자가 멘토링을 하면서 확인한 바로도 저 문장을 알고 암기한 사람은 당연한 듯 TCA cycle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렇지 않고 글로 암기한 사람은 대부분 기억을 떠올리기 어려워하였다. 위의 식혜를 숙성시켜 퍼서 먹으라는 기억 문장의 예는 MDEET 입시 시장의 유명한 생물학 강사 강의 내용13) 에 있는 것이며 양해를 구하고 이곳에 인용했다. 강사분이 직접 만든 것인데 정말 잘 만들어진 문장이다. 그래서 받아들이기도 좋고 효과도 좋다. 그러나 많은 이론 내용들에 이런 종류의 기억 문장들이 알려진 것이 아니다. 기억 문장은 다소 비공 식적이고 유치해 보여도 완성도 높게 잘 만들어져 알려진 것은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고, 한편으로 필요한 것들은 자신만의 문장들을 스스로 만들어 기억하는 것이 좋다. 사실 의치대에서는 학문 특성상 대부분의 공부가 나열식이기에 정말 암기를 잘하는 일부 외에 문장 만들기는 대다수에게 필요한 기술이다. 

필자도 처음에는 '실질적인 공부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며 꺼리다가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는 그 필요성과 효과를 깨달았다. 이후에는 시험 기간 하루에 기억 문장 수십 개를 만들며 방법론적인 것을 고민하고 또 주위의 뛰어난 문장들을 분석해보며 그 이유를 찾았다. 그 결과물들이 이어 나올 ‘문장 만들기 포인트들’에 언급된다. 물론, 보통의 장기 시험은 의치대 공부와는 문제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많은 문장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기억 문장은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는 일이다. 주로 객관식으로 출제되는 장기 시험에서는 일주일에 1~2개를 만들면 많이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한편, 기억 문장이 효과가 좋고, 제작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면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이용하거나 공유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좋은생각이다.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문장의 경우 함께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소수의 잘 만든 문장 외에 대부분 문장이 자신만의 문장으로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기에 꾸준히 자신의 문장들을 남들에게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저마다 기억을 위해 연상이나 연관지을 때 편한 이미지가 다르다는 점, 익숙한 단어나 형태가 다르다는 특징 때문이다. 그리고 유치하거나 다른 이유로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 또한 공유를 어렵게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잘 만들어진 것은 공유하되 과도하게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말고 필요하다면 암기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만들 수도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필자가 직접 제작한 예 한 가지를 보여준 다음 기억 문장 만드는 몇 가지 포인트들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문장 만들기 포인트들 

병리학에서 나오는 버킷림프종(Burkitt’s Lymphoma) 이란 질환의 특징들을 암기하기 위해 필자가 직접 만든 기억 문장이다. 






각 핵심어들을 그대로, 혹은 약간 변형한 후 연결하여 의미가 있는 문장을 만들었다. 이제 단순히 ‘버킷 림프종의 특징’하고 나열식 암기를 하는 것보다 기억문장을 암기한 후에 해당 단어들을 기점으로 하면 원래 문장을 기억해 내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더구나 위 문장은 장면연상이 가능하다. 자신의 머릿속에 상상의 불치병환자들이 아프리카 사막에 앉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그들의 손에는 햄버거가 쥐어져 있다. 언급했듯이 이미지를 매칭하여 암기하면 기억에 훨씬 더 유리하다. 이어서 위 예문과 함께 문장 만들기의 여러 포인트들에 대해 하나씩 짚어 본다. 


① 핵심 단어 선택 : 한 문장안에서 한 단어를 뽑을 때는 가능한 문장의 핵심 단어를 뽑는 것이 좋다.‘버킷림프종의 특징’의 ⓐ 문장인 “특정 지리적 분포를 보여 아프리카에서 유병율이 높다”에서 ‘특정’,‘지리 적’,‘분포’ 등의 단어보다는 가능한 그 문장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단어인 ‘아프리카’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차후 그 단어로부터 문장 전체를 떠올리기가 쉽다. 

② 유리한 글자 선택 : 여러 단어들에서 한 글자만을 골라 문장 만들기를 한다면 가능하면 연결해서 뜻이 있는 글자를 뽑는 것이 좋고 그것이 마땅치 않다면 비교적 발음이 쉬운 단어를 뽑는다. 예를 들어 ‘순환계’,‘ 호흡계’에서 한 글자씩 선택해야 한다면 앞 글자만 따는‘순호’보다는 앞 단어에서는 두 번째 글자를 따서‘환호’로 만드는 것이 낫다.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또는‘절지동물’,‘ 극피동물’을 순차적으로 외워야 한다면 다 같이 마땅한 뜻은 없어도 ‘절극’,‘지극’보다는‘절피’라는 단어가 입에 잘 달라붙기에 그 조합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③ 항목 순서 변경 : 순서가 상관없는 나열식 암기들은 항목 위치를 바꿔 말을 만들어 본다. 첫 번째 예시인 TCA cycle에서는 각 항목을 순서에 맞게 암기해야 했는데 반면 두 번째 예시인 버킷림프종 특징에서는 항목들이 단순 나열식이었다. 그리하여 임의로 핵심어들의 순서를 조합해 의미 있는 문장을 만들 수 있었다. 

④ 문장 내 제목 단어 포함 : 질문이나 제목, 주제에 대한 단어도 문장에 포함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예의 문장 안에는 ‘버킷리스트’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이것을 통해 내가 암기한 문장이 무엇에 대한 문장이었는지 알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단순히 항목들에 의한 문장이 되면 나중에 그것이 무엇에 관한 기억 문장이었는지 헷갈릴 가능성이 커진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억 문장이 많을수록 더욱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되도록 문장 안에 해당 주제의 명칭을 넣어야 한다.

⑤ 이미지가 있는 단어 선택 : 추상적인 단어보다는 직관적이고 상상할 수 있는 물건이나 대명사를 선택해 이미지화하는 것이 더 강력하다. 특히 사람 이름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한데 예를 들어‘지원’이라는 단어가 기억 문장에 들어가야 한다면 누군가를 지지하거나 돕는다는 뜻의 ‘지원’이나 회사, 단체 등의 일원이 되기 위해 지망한다는‘지원’의 뜻 등의 동음이의어를 사용하기보다는 내가 알고 있는‘지원’이라는 친구의 개념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그 친구를 떠올려 기억 문장과 매치한다면 기억이 훨씬 수월해진다. 

⑥ 리듬감 이용 : 이어지는 단어나 글자들의 라임(음조가 비슷한 글자)을 맞추면 좋고 혹은 동요같이 단순하고 잘 알려진 노래와 연결하면 금상 첨화다.‘ 태정태세 문단세’로 시작하는 조선시대 왕의 계보 이름 암기가 그 예다. 태조, 정조, 태종, 세조로 이어지는 왕조 이름을 앞글자만 딴 것인데, 이것을 동요 봄나들이(나리나리 개나리)에 맞춰 불러보면 쉽게 암기가 된다. 또한 처음 두 글자가‘세’로 끝나 라임이 더 맞아서 입에 달라 붙는다. 






⑦ 다양성과 일관성 : 한 문장 안에서 같은 종류의 단어보다는 옷, 색 깔, 동작, 시각, 후각, 청각 등의 오감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단어를 사용해보자. 일반적인 문장을 생각하면 된다. 무엇인가 비슷한 것을 많이 나열한 문장보다는 의미가 있고 스토리가 있는 문장이 더 기억하기 쉽다. 예를 들어‘모차르트, 지그문트, 고갱, 콜롬버스, 오디세우스, 피츠제럴드’라는 일련의 이름 들을 외운다면 ‘고양이가 문 앞에서 피자와 콜라, 새우, 타르트를 먹는다.’보다는 ‘핑크색 모자를 쓴 고양이가 눈을 지그시 감고 52번 버스를 탄다.’라는 문장이 더 낫다. 음식이라 는 비슷한 단어들을 많이 나열한 앞 문장보다는 독특한 스토리가 있는 뒷 문장이 낫다는 이야기이다. 



반면, 구색이 정해져 있는 단어들을 한 문장에서 대부분 사용할 수 있다면 같은 종류의 사용도 바람직하며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자유친, 신언서판, 동상이몽, 남존여비, 북창삼우, 서동부언, 교학상장, 각골난망, 청출어람’이라는 9개의 사자성어를 모두 기억해야 한다면 다음과 같은 기억문장이 가능하다.‘ 신 부자가 동쪽, 서쪽, 남쪽, 북쪽을 다니며 뼈에 새긴 교훈으로 청출어람 한다.’




이전 예의 암기문장에서 등장한 나열식 단어(피자와 콜라, 새우, 타르트) 와 이번 문장에 등장한 동쪽, 서쪽, 남쪽, 북쪽이라는 나열식 단어들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구색이 있는 단어를 한 문장 안에서 모두 썼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쉽고 기억하기 쉽다. 

⑧ 자극적인 단어 사용 : 말초적이고 선정적인 표현들 혹은 욕설, 더러운 것 등의 표현이 더 기억에 유리하다. 아래의 기억 문장을 보자.



위의 남사스러운 문장이 아무래도 지금까지 예를 들었던 건전한 문장들 유형보다는 더 인상에 남기 마련이다. 우리 뇌는 그렇게 되어 있다. 비슷한 것, 약한 것보다는 독특한 것, 정도가 더 심한 것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영화와 같은 대중문화들도 사람들의 인상에 남기려고 더 자극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필요시 어느 정도는 이 힌트를 참고해 보는 것도 좋겠지만 너무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스스로 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일이며, 더 이상 자극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한계가 올 수 있겠다. 한편, 이런 문장 제작들이 역시 주변 사람과 공유를 어렵게 한다. 


⑨ 숫자 암기 : 숫자 암기 또한 의미를 만들면 기억에 유리하다. 예를 들어 혈액검사 중 Albumin 정상수치는 3.8~5.0 g/dl 이다. 여기서 Albumin이라는 영어 스펠링을 한글 소리로 바꾸어 ‘알바 인삼 팔아영’ 같이 해당 항목의 이름과 수치를 함께 묶어 자신의 기억 문장으로 남길 수 있다. 또는‘PT(prothrombin time)는 보통 10~15회(10~15초) 한다.’식으로 자신에게 연상하기 쉬운 의미 연결을 만든다면 기억에 유리하다. 단순 숫자 암기는 이미지화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보니 시간이 가면 다른 암기보다 더 완전히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다른 것과 연관 지어 놓는 것이 기억을 유지하는 데 힘이 된다.

한편, 기억 문장이 언제나 그럴싸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말도 안되고 이상한 문장들이 만들어지기 십상이다. 위의 예들은 좀 더 완성도 높은 문장들을 예시했을 뿐이다. 그래서 그외 좀 더 완성도 떨어지는 예들도 추가하니 가볍게 참고하자. 





스스로 만든 것, 더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 초기 기억에 효과적이다. 언급했듯이 사람마다 각자 편한 단어, 쉽게 연상되는 단어들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자신에게 쉽게 연상되는 단어로 스스로 만든 것이 더 기억에 유리하다. 또, 제작에 시간이 많이 들면 오랜 시간 암기할 내용을 반복적으로 보게 되기 때문에 초반 기억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기억 문장도 역시 반복 암기해야 장기 기억이 된다. 아무리 좋은 문장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1, 2회의 암기로 수개월 동안 기억이 계속되기는 어렵다. 적어도 몇 번은 다시 보고 떠올려야 한다. 단, 좋은 문장은 다시 볼 때 나쁜 문장보다 훨씬 편하게 느껴지며, 문장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재암기에 시간이 훨씬 적게 걸린다. 시간이 지나 해당 내용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졌을 때 나열식 반복 암기를 하려 마음먹는 것보다 기억 문장이 있는 편이 큰 힘이 된다. 

이곳에서 다양한 기억 문장의 제작 방법들에 대해 자세히 서술했지만, 이 포인트들을 완벽히 적용하려 과도하게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없다. 여기서 상세히 방법들을 소개한 이유는 그중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가능한 여러 선택지를 주었을 뿐이다. 기억문장을 만드는 것은 제법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물론, 반복하다 보면 제작능력도 상향하기는 한다. 그러나 일부 학과나 의,치대 같이 많은 양을 단순 암기하고 서술형으로 나열해 답안을 작성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런 기억문장을 제작할 기회가 많지 않다. 따라서 제작능력향상이나 문장 만들기에 너무 과도한 시간을 쏟거나 집착하지 않기 바란다. 정말 필요한 것들 위주로 가끔, 그리고 적당한 시간 내에 만들어야 한다. 그때 본문에서 언급한 기억문장 제작 노하우를 참고하도록 하자. 


기억에 관한 과학적 연구들과 여러 도움말 


기억의 실체와 연상법 

인간의‘기억’이란 두뇌 신경세포들의 연결된 어떤 구조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연결들을‘시냅스’라고도 부른다. 즉, 기억은 신경 세포의 시냅스에 저장되며, 학습에 의한 시냅스의 변화가 기억의 물리적 실체14) 이다. 어떤 기억이 일단 생겨나면, 그 기억의 사용 빈도에 따 라 해당 시냅스 구조가 약해지기도 하고, 강해지기도 한다. 반복자극을 주면 연결 구조는 확장이 일어나 점차 거대해지고 시간이 지나도 머릿 속에서 쉽게 불러다 쓸 수 있게 된다. 이른바‘장기 기억’이다. 




기억의 실체가 신경세포 자체가 아니라 그 세포들의 연결이라는 점에서 기억을 특정 지점과 다른 지점을 연결하는 도로로 비유할 수 있겠다. 처음 꼬불꼬불한 오솔길 같던 초기 기억이 직선화되고, 도로포장을 해 2 차선, 4차선으로 계속 확대되어 의식적인 장기 기억이 되는데, 여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때까지 계속 반복이 필요하다. 한편, 이때 기억에 연상법을 이용한다는 것은 내가 잘 아는 대상, 즉 이미 대형도로가 잘 형성된 지점 근처에 새로운 대상을 놓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게 되면 처음부터 새롭게 긴 길을 하나하나씩 형성시키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게 된다. 원래 형성된 큰 도로를 이용한 후 작은 지선만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정보를 망망대해 같은 두뇌속의 어디에 둘지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렇게 장기기억에 유리한‘연상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반복의 힘 

신경세포와 시냅스와는 별개로 비교적 늦게 주목받기 시작한 ‘미엘린’이라고 하는 신경세포를 감싸는 절연물질이 있다. 미엘린은 신경세포 사이에서 신호가 전달될 때 신경전달물질의 손실을 줄여 신경전도 속도를 월등하게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미엘린이 두꺼워질수록 절연 되지 않은 섬유를 통해 이동하는 신호보다 최대 100배 빠른 속도로 전달된다. 이에 따라 인지능력이 향상된다15) . 또한 이들은 말하기/읽기 등 학습 능력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반복을 통해 미엘린의 양이 증가하면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고16) , 글을 읽는 능력이 좋아진다는17) 등의 연구 결과들이 있다. 이와 같은 과학적 발견들은 반복을 통해 뇌 구조의 변화가 일어나고 속도가 향상된다는 점에서 앞서 비유한 기억의 도로 확장과 정확히 일 치한다. 연습과 반복의 효과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그리고 이들이 뇌 속 에서 일으키는 구체적인 변화까지도 과학은 명백하게 입증하고 있다. 


기억과 상황

한편, 연구들에 의하면 장기 기억을 관장하는 뇌의 부위는 크게 해마와 편도를 포함하는 측두엽 내부, 간뇌의 핵, 전뇌의 기저부 등 3개 부위로 알려져 있다18) . 이곳에 저장되는 장기 기억들은 여러 요인에 따라 쉽게 혹은 어렵게 재생되는데, 여러 요인에 따라 쉽게 혹은 어렵게 재생되는 데, 다음과 같은 경우에 잘 기억해 낸다고 한다. 서로 관련이 있는 개별 정보를 조직화할 때, 기억할 때와 저장할 때의 상황이 서로 비슷할 때, 반복적이고 계속적 학습할 때 등19) 이다. 이 중에서 반복 학습은 누차 언급을 했고, 관련있는 개별 정보를 조직화하는 것은 해당 내용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것, 그리고 앞서 언급한 연상법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저장할때의 상황이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상황이라는 것은 그 당시 장소의 시각 정보부터 소음 정도 및 학습자의 자세, 기분, 컨디션 등 또한 포함된다. 

그런데 한자리에만 앉아서 공부하면 뇌는 그 내용을 그 자리에 맞는 정보로 취급해 버린다. 그래서 그 자리를 벗어나면 잘 생각이 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뇌에 정보가 저장될 때 주변의 맥락까지 함께 저장되는 현상을 “맥락 부호화(context encoding)”라고 한다20) . 이 것 때문에 혼자 집에서 열심히 시험에 나올 문장을 외웠다가도 시험장에만 가면 머리가 하얗게 되어버리는 경우를 경험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험장과 비슷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내가 시험 볼 장소를 미리 알기도 어렵고 그와 비슷하게 형성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차선책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정보를 머릿속에 넣는 것이 유용하다. 정형화되지 않은 입력은 그만큼 머리에 유연성을 줘 새로운 환경에서도 비교적 대처를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암기할 때에는 장소와 상황을 바꾸는 편이 기억에도 유리하다. 뇌가 정보와 학습 상황을 매치할 때 과도한 중복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서 필자가 언급한 데일리 암기 노트를 배경이 계속 변하는 이동 중인 버스 안에서, 주위 사람들이 바뀌는 식사 중에 보는 편이 암기하기에 수월했다는 것이 설명되는 것이다. 

맥락 부호화에 대해 이해했다면 공부를 하다가 도무지 암기되지 않는 내용이 있을 때 같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시간을 소비하지 말고 다른 장소에서, 혹은 미뤘다가 다른 시간에 암기를 해 볼 수도 있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공부 장소를 너무 자주 바꾸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장소를 바꾸는 데 시간이 소요되며 집중에 방해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차츰 자신에게 적합한 암기 환경을 알아갈 필요가 있다. 암기가 잘 될 때의 주위 소음 정도, 밝기, 장소와 자세, 컨디션 같은 것들을 체크해 보자. 


정보의 형태 

치전에서 공부를 잘했던 동급생 한 명은 항상 카페에서 공부를 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소리내어 읽으며 공부해야 암기가 잘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음독(sound reading)을 하면 묵독(silent reading)을 할 때와는 다른 두뇌 활성이 발생한다21) . 그래서 암기할 것을 소리 내어 읽어 보는 것도 기억을 위한 또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그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정보를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사용하 면 기억력이 높아진다22) . 책을 눈으로 읽는 것이 시각적인 정보라면 그 와 함께 다른 감각을 동원해 공부해 기억력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공부하면서 후각, 미각 등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상상하며 매치할 수는 있다. 그것 역시 비슷한 효과를 지닌다. 따라서 단순히 눈으로 읽는 공부만 하기보다는 강의를 통해 듣기도 하고, 직말하기도 하고 맛과 질감을 예상하기도 하는 등 오감을 사용한다면 기억력을 더 높일 수 있다. 

한편, 읽어서 기억하는 것, 들어서 기억하는 것, 말해서 기억하는 것, 직접 해봐서 기억하는 것 등이 정보의 형태이며 기억 효율면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들이 있다. 이것들을 계층화된 구조로 표현한 ‘학습 피라미드(Learning pyramid)’ 모형이 주되게 알려져 있다.




 

이 도식은 꽤 정교하게 수치화된 항목들 때문에 얼핏 보면 과학적으로 연구된 결과라는 인상을 받기 쉽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 모델의 주된 출처로 알려진 미국의 NTL(National Training Laboratories)에서는 관련된 객관적 연구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지 못하며, 각 항목 간 독립된 실험 환경을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강의나 읽기를 통해 내용을 우선 이해해야 토의 또는 연습, 가르치기가 가능하다는 점 등)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이 이론의 신뢰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친다23) . 

더군다나 이 피라미드 모델의 시초는 에드거 데일(Edgar Dale)의 경험의 원뿔(Cone of experience)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 백분율 수치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데일의 모델 역시도 연구가 아니라 이론과 개인적 관찰에 근거했을 뿐 이었다. 그렇기에 데일은 각 항목은 중복될 수 있으며 그 간극이 매우 좁을 수 있다 하였다. 

또, 데일(Dale)은 “모든 교과 과정에서 효과적인 읽기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것”24) 이라고 말했다. 결국, learning pyramid 모델에 기초해 각 항목 간 기억률을 수치화하고 계층화하는 것은 다소 논리적이기 어려우며 모델 창시자의 의도에도 벗어난다. 

각 항목은 고유의 가치가 있는 것이며 강의와 읽기는 처음 지식을 받아들이는데 좋은 도구일 뿐 아니라 계속 지식 향상을 얻을 수 있는데 효율적 수단이다. 그리고 그에 더해 시청각 자료를 더하고 직접 경험, 토의, 가르치기 등을 추가로 한다면 내용을 더 기억에 효과적으로 남길 수 있을 뿐이다. 즉, 각 정보의 형태들을 계층구조가 아니라 연속된 학습 방법들 로 인식해야 하는 것25) 이다. 그리고 각 학습 방법들에 소요되는 시간이 다르다는 점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1가지를 토의할 수 있는 시간에 5가지 문제를 풀어볼 수 있고, 10가지를 눈으로 읽을 수 있는 노릇이다. 따라서 무작정 모든 것을 토의, 가르치기 등 참여적 학습법까지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가장 기 본이 되고 중요한 것들, 혹은 정말 암기가 안 되는 것들만 기억에 유리하도록 토의, 연습, 가르치기 등 여러 정보의 취득 형태를 추가적으로 이용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그 외 대부분 내용은 시청각 강의를 이용해 취득하고 또, 덜 중요하며 한번 알고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은 가볍게 읽어 보는 선에서 공부하는 편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정보의 형태에 따라 받아들이는 개인 차이가 있으므로 자신이 글로 읽어 기억하는 것이 좀 더 편하다면 그 형태의 공부량을 늘리도록 하고 말해서 기억하는 편이 수월하다면 그 시간을 늘리는 등 학습전략을 조절할 수 있겠다. 


혼동되는 개념 차별화 암기 

공부하고 시간이 지나면 단순히 기억이 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개념들이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비슷한 내용은 헷갈리고, 상반되는 개념들이 서로 바뀌어 인지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대부분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혼동되는 경우가 많으며, 반복될 소지가 매우 크다. 따라서 반드시 혼동되는 대상의 차이점들을 명확히 정리하여 기록해 놓는 편이 현명하다. 다시 헷갈리면 자신감을 떨어뜨리며 시험에는 그런 것들이 출제된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내가 유독 헷갈리지 않고 확실히 알고 있다면 공부에 있어 대단히 긍정적인 피드백이 될 수 있다. 한편, 혼동하지 않기 위해 A, B라는 개념이 있다면 둘 중 한 가지에 대해 더 자세하고 확실히 암기해 두는 것도 한 가지 요령이다. 그래서 main 으로 알고 있는 것과 그 외 Sub로 알고 있는 것으로 나뉜다면 대등하게 알고 있는 것보다, 둘을 구별하고 혼동하지 않는데 유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물학에서 진정세균과 고세균의 특징들이 있다. 이것을 대등하게 암기하면 시간이 지나서 혼동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고세균의 특징이 중요하고 자주 출제된다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설명을 듣고 더 확실히 암기하는 한편 진정세균 내용의 암기는 훨씬 적은 시간을 투자했다면, 오히려 절반씩 시간을 투자해 암기한 것보다 기억에 유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확실히 기억하는 것은 고세균의 특징일 것이고, 조금 더 알쏭달쏭한 내용이 나왔다면 진정세균의 특징일 가능성이 높다. 숫자에 관해서는 큰 것 작은 것 등으로 한 번 더 바꾸어서 기억해 놓을 필요 있다. 

예를 들어 A는 18, B는 16이라고 한다면 단순히 A는 18, B는 16 이렇게 계속 암기만 할 것이 아니라 한 번쯤은 ‘아 A가 B보다 큰 것’. 이런 식으로 각인시켜 놓으라는 말이다. 또, 객관적으로는 타당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구별법으로 좋은 것, 나쁜 것으로 이분해서 두 가지를 구분해 놓고 있는 것도 혼동하지 않는 것에는 도움이 된다. 

이것 역시 불균형하게 접근해 알고 있어 기억의 혼선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자면 화학의 산화 환원에서 환원은 개체가 전자를 받는 것이고 산화는 전자를 잃는 것인데 이때, 받는 것이니 환원을 좋은 것이라 연결 지어볼 수 있겠다. 그래서 받을 때는 기분이 좋아지고, 환원이 잘 되는 구리, 은, 금 등을 좀 더 친숙하게 좋은 느낌을 연결 지을 수 있겠다. 

물론, 자연은 균형이 중요한 것이니 객관적으로 산화, 환원 중 어느 것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오히려 산화 중에서 긍정적인 면이 나오면 혼동될 수 있는 여지가 불필요하게 생길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두 개념을 차별화한다는 것, 구분할 수 있게 자신에게 친숙하고 잘 아는 상황으로 이끌어와 구별한다는 데 장점이 있는 기억법이다. 대등한 항목들은 차별화를 잘해야 구분할 수 있고 기억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마인드맵 기억법 

사실, 암기 Tip에 필자가 언급한 두 분류, 즉 형상화와 노드 효과를 한 번에 잘 표현하는 개념이 있다. 바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기억법인 ‘마인드맵’이다. 마인드맵에서 처음 포괄하는 내용의 다음 포괄하는 하위개념이 바로 노드라고 할 수 있으며 그 항목들을 360도 내의 각각 다른 곳에 위치시킨다는 것이 공간, 방향이 기억에 이용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수험생 시절 마인드맵을 단 한 번도 그리지 않았다. 그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마인드맵의 유리한 면을 들여다보니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핵심 포인트는 동일했다. 마인드맵이 편리한 사람은 그것을 이용해도 좋다. 그러나 장기 시험 내용은 그 양이 워낙 방대하고, 형태도 다양해서 모든 내용을 마인드맵 형태로 만들기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너무 비슷한 마인드맵 그림들을 많이 그려 놓는다면 그것들끼리 뒤섞여 버려 이미지화 기억의 이점이 사라질 수 있으니 주의하여야 한다. 


기억은 관심과 집념의 문제이다 

필자의 어머니는 쉰(50세) 가까운 나이에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며 새로 대학에 입학하셨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기억력은 20대~30대 초반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한다25) . 그래서 많은 사람이 20대의 생생한 기억력을 그리워하거나 기억력에 있어서 젊은 학생들과의 경쟁은 꺼려 한다. 당연히 어머니도 20대 초반 학생들과 섞여 공부하며 무엇보다 학습 내용을 기억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여쭤보았더니 어머니는 “쉽지는 않은데 몇 번 더 보면 돼”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이 필자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그 외에도 비슷한 환경의 만학도들을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똑같았다. 

자신이 나이가 있어서 더 기억력에서 열세하다는 의식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내용을 남들보다 몇 번 더 봤다고 이야기했다. 다들 그렇게 시험들을 잘 치러냈고 당당히 졸업했다. 이 만학도들은 기억력에서 현재 재능으로 부족하다면 ‘반복의 힘’을 이용해 만회할 수 있다는 핵심을 알고 실천했다. 그런데 반복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반 대학생들이 몰랐을까? 대부분은 반복의 중요성을 안다. 그런데 알아도 보통 실천은 잘하지 않는다. 설령 실천해도 만학도들이 일반 대학생들보다 더 많이 실천했기 때문에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차이가 왜 날까? 바로 자신에게 불리한 ‘암기력’에 대해 더 관심을 가졌고 남들보다 한층 더 높은 긴장감을 유지하며 집념을 보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니 더 기억에 집착했던 것. 장기 시험에 있어 수험생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남들보다 월등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면 시험에 좀 더 쉽게 합격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면 그런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과 대결하기 위한 자신만의 강점이 있어야 한다. 남들이 1번으로 되는 것을 나는 2번, 3번 더 보면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남들이 의식하는 것보다 기억에 더 관심을 가지고 더 집착을 보이면 된다. 잊지 않기 위해서 밥 먹다가도 한 번 더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고 시간을 내서 한 번 더 내용을 찾아보면 된다. 한 번으로 부족하면 몇 번 더 하면 된다. 그것이 기억력에 대한 관심이고 집념이다. 



잊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공부하고 복습도 하고 열심히 암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해당 내용을 잊어버린다. 때로는‘이것을 공부했었나?’할 정도로 새카맣게 잊는다. 자신만 그런 것 같아 좌절하기도 하고, 과연 이 지경인데 계속 공부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다. 다행인 것은 그 기억이 의식 중에 없는 것이지 완전히 머릿속에서 지워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떠올리기가 어려울 뿐이다. 그러다 보니 다시 암기할 때는 처음보다 더 수월하다. 3번째 암기할 때는 훨씬 더 수월하고 빠르다. 그것이 핵심이다. 발원지를 모르는 고시가의 격언으로 ‘머리 좋은 사람이 여러 번 본 사람을 못 이기고 여러 번 본 사람이 직전에 본 사람을 못 이긴다.’라는 말이 있다. 

즉, 얼마나 직전에 해당 내용을 봤느냐에 따라 더 생생하고 정확하게 기억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실, 수험생은 본고사 직전에 최대한 많이 보려고 공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 한들 사람 머리는 한계가 있어서 장기 시험 내용 모든 것을 완전히 장기 기억화시킬 수는 없기에 1달 이내로 기억하는 중단기, 1주 이내로 기억하는 단기기억들의 어마어마한 양도 필요하다. 

따라서 본고사 치르기 최소 1주~1달 이내에 그동안 공부했던 것들을 가능한 한 많이 봐야 한다. 장기 시험에서는 그게 직전이 된다. 그런데 사람마다 공부하는 속도가 다르다. 가령 어떤 뛰어난 사람은 일주일 동안 1000페이지를 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300페이지 혹은 그 이하밖에 보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여러 번 본 사람은 보통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뛰어난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페이지, 즉 3000페이지까지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직전에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직전에 더 많이 볼 수 있는 사람은 여러 번 본 사람이다. 따라서 완전히 잊은 것 같아도 두려워하지 말고, 반복 암기를 하도록 하자. 


기억력은 전략이며 향상된다 

뇌과학에서 권위 있는 학술지인 Nature Neuroscience에 게재된 연구 에 따르면, 실제로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들의 뇌를 분석한 결과 우월한 기억력이 탁월한 지능 능력이나 구조적 뇌의 차이에 의해 유도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우월한 암기 술사는 공간 학습 전략을 사용하기에 공간인식과 방향 탐지 영역이 더 활성화되어 나타났다고 한다26) . 즉, 앞서 필자가 언급했듯이 이미지 연상과 장소 기억법 등의 방법이 기억에 유용하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이것은 기억에 있어서 방법과 전략이  개인의 기본적인 단순 암기능력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한편, 한때는 사람은 성장이 끝난 후에 체내 세포 수가 정해져서 더 이상 변하지 않는다고 믿기도 했다. 그 때문에 머리는 타고나는 것이며 무엇보다 기억력은 점차 감퇴하기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현대 과학의 연구 결과 특정 부위의 세포는 인체의 성장이 멈춘 후에도 외부 자극에 의해 세포 수가 늘어날 수 있고,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기억을 저장하고 관장하는 해마의 세포는 노력 여하에 따라 새로 발생하고 자라날 가능성이 가장 많은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27) . 또한,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기억력과 관련된 단백질에는‘C/EBP’ 가 있는데, 뇌 속에 존재하는 이 단백질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독서, 운동, 퀴즈 풀기 등 신경세포를 활성화시키는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한다28) . 즉, 규칙적으로 적절한 운동을 하며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면 장기 시험 수험 생활은 머리를 좋게 하고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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