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개정된 의료법 제24조의2(의료행위에 관한설명)로 인하여 의료기관들은 환자들에게 귀찮고 번거롭지만,
많은 내용들을 이해시켜야 할뿐만 아니라, 문서화하여 근거를 남겨두어야 했다.
이전부터 고난이도 수술이나 고가 진료비에 대해서는 갈등의 요지가 있어
의료기관들이 어느 정도는 만들어두고 시행하고 있었으나 관련 규정대로라면
거의 모든 진료에 대해 설명하고 환자 동의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개정에 대한 이슈가 커질 무렵부터 본원에서도 고민이 되었다.
각 팀에서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상황이었다.
우선 설명의무의 중요성에 대해 원장님 이하 전 직원이 공유했고 각 진료(본원은 진료팀이 진료과에 따라 분리된 구조)팀의 담당자를 지원받았다.
다행히도 책임감 있는 팀장과 실장들이 나서주었다.
인원도 많이 필요하진 않아 4~5명으로 구성하였고 병원이 그동안 사용한 서식자료들을 펼쳐놓고 개선점과 추가 서식자료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생각보다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료 시간 사이에 틈을 내어 모인 탓에 성과가 바로 나오지는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고, 다들 풀기 어려운 숙제로 느끼고 있는 것 같아 타원들의 운영방법과 자료들을 참고해 보고 싶었다.
광주광역시에 거주한 덕분에 해당 지역의 실장, 부장들과의 스터디 모임을 제안했고, 다들 비슷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오프라인 모임을 제안해 각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서식자료들을 모아, 공통적인 부분과 추가되어야할 부분의 아이디어를 공유해보고자 했다.
본원의 스태프들에게도 타원의 자료들을 공유해주고 일정 기간 시간을 주어 우리병원에 맞게 구상해 오도록 했다.
그렇게 계속 한 달마다 모임을 갖고 오프라인에서도 개선점들을 보완해 각자 필요한 서식지를 완성해 나갔다.
본원은 조금 더디게 가는 듯 했으나 계속 보완의 과정을 진행해 가고 있었다.
이때 감사한 부분 중 하나는 치과의사(원장님)들이 재촉하지 않았고, 충분히 협조해 주며 믿고 기다려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간중간 수정 시마다 치과의사들의 전문가적인 의견에 대해 확인받아가며 진행했었다.
오프라인에서는 3회 정도 모임을 통해 각자 원하는 형태로 결과를 만들었고 본원은 이후 3개월이 더 걸려 디자인까지 입혀 각종 진료동의서 및 계획서 등을 완성하고 적용하기 시작했다.
6개월의 시간 동안 불평 없이 따라와 준 팀원들이 내 눈에는 보석 같아 보였고 조용하고 자기표현이 서툴 뿐 내공이 굉장한 사람들이구나 싶었다.
기대 이상을 해내는 팀원들 덕분에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난다.
의도를 충분히 설명했고 자원하는 이들로 선발했으며, 막막한 상황에서는 방향성을 잡아줘가며 바로 고민들을 해소해주려고 노력했었던 것 같다.
덕분에 치과의사, 치과위생사가 만족할만한 '정말 실용적인 자료'들이 완성되었고, 지금은 매년 각 진료실의 의견을 반영해 조금씩 개정해가고 있다.
초안을 작성할 때 꼼꼼하고 세밀하게 작성했던 덕에 지금까지도 크게 손대지 않고 잘 활용하고 있다.
칼럼을 쓰면서 문득 창피한 나의 과거의 작품이 하나 떠올랐다.
CBCT가 급여 확대됨에 따라 적극적으로 건강보험청구를 준비했었던 시절이 있었다.
관련 급여기준을 보니 특수촬영의 경우 판독 소견에 대해 별지에 작성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필수적으로 기록되어야 할 내용까지 역시나 외래치과병원에서는 생소한 부분이었다.
샘플이 될만한 것을 찾아보았으나 CBCT자체를 도입한 곳이 거의 없었던 터라 '아무래도 우리가 선두에 있구나' 싶어 실력도 없었지만, 한글파일로 정말 딱 필요한 내용들만 넣어 초급자의 실력으로 만들어 사용했다.
‘규정에 위반만 안 되면 되니까’하는 생각으로 정말 단순하게 만들었던 기억이다.
당시 전자차트에 이미지로 삽입해서 치과의사들이 케이스가 있을 때 잘 활용했었던 기억이다.
이후 CBCT가 저변 확대되고 보험 청구에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CBCT와 더불어 많은 치과들에게 판독소견서는 당연하게 여겨진 것으로 보인다.
어느 날 대규모 세미나 참석해 강의를 수강하던 중 CBCT급여기준과 판독소견서작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샘플로 판독소견서를 화면에 띄워줬는데 매우 낯익은 이미지가 화면에 떠 있었다.
초급자 실력으로 만들었던 내 자료가 여기저기 활용되고 있었다.
누군가 자료가 필요했던 때에 먼저 작성되어 있는 것을 참고하고 이를 공유하며 널리 퍼진 모양이다.
시간이 흘러 우리 치과에서 만든 서식 샘플들이, 길을 잃고 헤매는 어떤 의료기관의 참고자료가 되어
더 좋은 치과계의 모습으로 태어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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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
정말 멋지세요!